‘은지 선생님’ 인터뷰를 읽고

지난 9월, 일명 ‘조두순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었다. 인면수심의 범인이 어린 여자아이를 끔찍하게 성폭행한 이 사건은 범인의 잔혹함과 범인을 판결한 검찰의 예상 밖의 관대한 처벌 때문에 이슈가 되면서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 일이 터지자 앞 다투어 가지각색의 성폭력 사건들이 기사화되기 시작했다. ‘은지 사건’도 그 중 하나인데, 어린 여자아이가 피해 대상이고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유사성 때문에 좀 더 부각되었다. 여론은 통렬한 분노를 쏟아냈으며 가해자의 무거운 처벌을 촉구했지만 실제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났다. 신종 플루의 기승, 각종 사건 사고 등에 밀려 아동성폭행범 이야기는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조두순 사건’의 가해자는 12년형을 선고 받았고 ‘은지 사건’의 피해자는 아무런 조처 없이 다시 포항의 살던 집으로 돌아갔다. 변한 것은 무엇인가.

흔히들 ‘냄비 근성’이라 말한다. 사건이 생기면 확 달아올랐다 쉽게 꺼지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싶지는 않다.

대중은 쉽게 잊고 ‘다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책임감에서도 자유를 누린다. 하지만 언론은 달라야 한다. 쉬이 잊어선 안 되며, 알려야 하고, 기록해야 하며, 결국에는 좀 더 나은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과열되면 적당히 식히고 차갑게 식으면 데워야 한다.

‘은지·나영이가 어둠 이길 때까지 계속할 거예요’ 기사를 읽으면서 한때 온몸으로 분노했으나 또다시 금세 아이들을 잊은 나 자신을 반성했고,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깨우쳤다. 김태선 교사가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해 싸우듯이 여성신문도 우리 사회의 어둠을 걷어낼 때까지 지치지 않고 빛을 내길 바란다. 더 이상 버림받은 식은 냄비가 나오지 않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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