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 ‘여성의 눈’으로 살펴보니
나라 살림 ‘여성의 눈’으로 살펴보니
  • 김민정·최지현 기자
  • 승인 2009.10.23 10:20
  • 수정 2009-10-23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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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성인지 예산제도 도입 원년이다. 1998년 여성단체의 예산운동 과정에서 성인지 예산의 필요성이 공론화된 이후 10여 년의 기나긴 제도화 과정을 거쳐 지난 10월 1일 드디어 ‘성인지 예산서’가 제출되는 결실을 보았다. 이렇듯 성인지 예산제도는 한국 여성정책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그대로 대변하는 상징적 정책으로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성불평등은 여성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부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성인지 예산은 예산과정에 성 평등의 관점을 통합하는 것으로, 이의 성공적 시행은 자원의 공정하고 균형 있는 배분과 효율적 이용, 정부 재정의 투명성 강화, 성 평등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성인지 예산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관심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개념도 어려울 뿐더러 이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가 그간 많지 않았던 탓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예산센터는 성인지 예산에 대한 이해 확산을 목적으로 주요 국정 과제와 부처 사업에 대한 사례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으며,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성인지 예산 포럼’을 네 차례 개최해 연구 결과를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 왔다. 이에 포럼 연구논문을 중심으로 사회적 일자리·장애인 고용·고용보험·보육예산·가정폭력의 사회적 비용·건강보험 총 6개 분야에서 성인지 예산의 구체적 분석 사례와 정책적 제안을 소개한다.



♣ 사회적 일자리

여성 80%·남성 20% 성비 불균형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수익성 등이 부족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복지, 환경, 문화, 지역개발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비영리단체 등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3년 시범사업으로 도입된 후 지속적으로 예산규모 및 지원 인원이 확대되는 추세다. 2007년에는 11개 부처에서 총 39개 사업이 진행됐으며, 2008년에는 10개 부처에서 1조5729억원을 투입해 22만8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분야별로 보면 일자리가 사회복지와 문화·체육·교육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 서비스 등 사회복지 분야가 43.5%(7733명)이고 문화·예술 공연과 저소득층 청소년에 대한 교육 서비스 등 문화·교육 분야는 27.2%(4831명)를 차지했다.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성인지적 입장에서 평가하면, 임금이나 자격요건에 남녀 간 차이가 없어 상당히 양성평등적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참가자의 성별 분포를 보면 여성이 80%에 이르는 등 성 비율이 심하게 편중돼 있다.

반면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참가하겠는가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일자리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비율은 남성과 여성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일자리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남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사회적 일자리가 6개월에서 1년, 길어도 2년 정도의 단기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즉, 남성의 경우 대부분이 가정의 생계 책임자라는 것을 감안할 때 설령 이용이 가능하더라도 단기적인 일자리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우리라 생각된다.

사회적 일자리는 출발부터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출발한 만큼 당장 이를 변경하는 것은 어렵지만, 남성의 수요를 고려하여 남성의 참여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일자리 제공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료 제공: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의 성인지적 평가(원종학 한국조세연구원 성과관리교육팀장)

♣ 장애인 고용

사업비, 남성 94억·여성 1억 ‘성별 격차’

 

장애 여성의 의무 고용 수혜율은 장애 남성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갈수록 성별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 여성의 의무 고용 수혜율은 장애 남성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갈수록 성별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고용촉진제도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의무고용제도와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제기되고 있는 성 불평등 문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바탕으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의 운용과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의 집행에 따른 성별 수혜 양상을 분석한 결과, 장애 여성의 의무고용 수혜율은 장애 남성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음이 드러났다.

또한 성별 격차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등록장애인 중 장애여성의 의무고용 수혜율은 1.4%에서 1.6%로 0.2%포인트(p) 증가한 데 비해 장애남성은 6.0%에서 6.7%로 0.7%p 증가했다.

장애인고용촉진기금사업의 경우, 남성 편향적 집행을 보인 일부 사업들은 적게는 25억원에서 많게는 94억원에 이르는, 많은 예산이 배정된 주요 사업들로 조사됐다. 반면 여성 편향적으로 집행된 사업들의 경우 3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의 규모로 나타났다.

아울러 장애여성의 고용 확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직업능력 개발 기회가 장애남성에 비해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특히 직업능력개발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직업능력개발센터 운영사업과 공공직업훈련기관 지원사업에서 장애여성에게 불리한 성별 격차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8년 장애인 직업능력개발 지원사업 예산의 61.7%를 차지하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직업능력개발센터의 집행 실적을 보면, 기능훈련 수료생 중 여성 비율은 27.6%로 노동부 권고 기준인 3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증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통합적으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공공직업훈련기관 지원사업의 여성 비율은 10.9%에 불과하다. 이 두 사업은 민간 직업훈련기관이나 개별적 직업훈련 지원사업에 비해 훈련생 규모가 많고, 상대적으로 취업률도 높다는 점에서 장애여성의 직업훈련 기회 확대를 위한 방안 마련이 모색돼야 한다.



자료 제공: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의 성인지 분석(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해숙 선임연구위원,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고용보험

여성 근로자 45%만 가입, 실업급여 사각지대에

고용보험의 적용 범위 확대에 따라, 여성 실업급여 수급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2006년 현재 여성의 45%만이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나머지는 실업급여의 대상에서 처음부터 배제된다. 이는 같은 기간 남성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63%인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특히 여성은 남성과 달리 가사나 육아문제로 실업상태보다는 노동시장 퇴장을 선택, 비경제활동인구가 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정식 실업자에 반영되는 비율도 낮다. 또한 고용보험 적용 제외자인 가사 서비스업과 시간제 근로자에 다수의 여성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여성의 상당수는 고용보험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다. 그리고 여성들의 다수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주의 가입 기피, 홍보 부족 등으로 고용보험에 미가입된 상황이다. 설사 가입되어 있다 하더라도 여성은 수급자격 입증이 어려워 실업 인정이 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뿐만 아니라 실업급여 제도는 여성들의 낮은 노동시장 지위와 임신, 출산, 가사와 돌봄노동 등 여성의 특수한 현실을 실제적으로 반영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남성에게 유리하게 시행될 수 있다.

이렇듯 실업급여가 의도하지 않게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문제를 인식, 향후 성 평등한 방향으로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여성에게도 고용보험의 실질적인 포괄성이 담보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여성들의 노동시장 지위와 모성의 역할을 고려한 성인지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자료 제공: 고용보험제도 운영예산의 젠더분석(김혜란 서울대 여성연구소장)



♣ 보육예산

보육료만 지원, 여성 경제활동 촉진효과 적어

‘보육예산이 젠더 관계에 미친 영향’ 연구의 심층면접 참여자들은 자녀가 다니는 보육시설 유형과 가구 유형을 기준으로 표집됐으며, 가구 유형은 맞벌이·홑벌이·모자·부자 가구 등으로 구분했다. 총 12명을 면접했으며, 맞벌이 가정의 부부 2명, 홑벌이 가정 3명, 모자가정 4명, 부자가정 1명, 그리고 보육료를 지원받지 않는 가정에서 맞벌이 가정 1명, 홑벌이 가정 1명을 표집했다.

보육료 지원이 개별 가정에서 젠더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심층면접을 통한 질적 연구를 실시한 결과, 보육료 지원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보육비용의 부담을 덜어 가계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보육료 지원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가구 유형에 따라 다소 다른 방식으로 나타났다.

홑벌이 가정의 남성인 경우 보육료 지원은 실질적으로 보육비용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홑벌이 가정의 여성은 보육료를 지원받음으로써 그동안 집에서 하루 종일 돌보던 자녀를 보육시설에 맡길 수 있어 돌봄 노동을 경감시켜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홑벌이 가정의 미취업 여성들은 보육료 지원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촉진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보육료 지원의 실질적인 효과는 모자가정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모자가정의 경우 생계유지를 위해 여성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육료 지원은 절대적인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전액 보육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보육시설 정규시간 이외의 양육과 그 비용 부담은 유연적인 노동형태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

결국 보육료 지원만으로는 여성의 경제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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