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통령 그리기 절반의 성공
여성 대통령 그리기 절반의 성공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10.23 09:59
  • 수정 2009-10-23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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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하면서도 강인한 여성적 리더십 그려내
철없는 영부군, 이혼 위기 등 편견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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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등장했다. 물론 영화 속에서다. 장진 감독은 새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통해 현실에 있을 법한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여성 대통령’의 모습을 그려냈다.

판사 출신인 한경자(고두심)는 남성이 99%인 정치판에 뛰어들어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힌다. 그는 김정호(이순재) 정권 시절 법무부 장관을 역임하고, 차지욱(장동건) 정권 시절 야당 총재를 거쳐 정치인의 제일 목표인 대통령의 꿈을 이룬다. 청와대 입성 후에도 똑 부러지는 정책 연설로 대중을 사로잡고,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부동산 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여성 대통령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 배우 고두심은 적역이다. ‘대한민국 맏며느리’ ‘국민 엄마’로 불릴 만큼 인자한 모습에 강단 있는 그의 얼굴은 ‘대한민국이 원하는 대통령’의 그것에 가까워 보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TV 뉴스에서 보던 여성 정치인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할 것만 같은 이 여성 대통령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었으니, 바로 대한민국 최초로 ‘남성 영부인’이 된 남편 창면(임하룡)이다. 그가 노후를 위해 구입했던 목장 토지가 대통령인 아내가 추진하던 부동산 특별법에 걸림돌이 되면서 이들 부부는 최대 위기에 직면한다. 대통령 아내는 탄핵 직전에 내몰리고, 영부군 남편은 이혼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분명 유의미한 화두를 던진다. 우리는 이미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굵직한 여성 정치인들이 출사표를 던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영화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여성 정치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대통령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를 테면 2명의 전직 남성 대통령에게는 없던 ‘배우자와의 갈등’ ‘이혼 위기’가 그렇다. “여성 정치인은 아무리 정치를 잘해도 가정문제에 소홀할 것”이라는 편견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영화 속에 그려진 ‘철없는 영부군’의 모습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술과 친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중년 남성 창면은 대통령에 당선된 아내로 인해 개인 휴대전화조차 쓸 수 없고, 보육원과 주부의 날 행사 참여 등 빡빡한 영부군 일정에 차츰 지쳐간다. 급기야 경호원들의 눈을 피해 몰래 동창생들과의 술자리에 나가고, 만취한 친구들과 청와대로 2차를 감행한다.

노무현 정권 시절 첫 여성 국무총리가 된 한명숙씨의 남편 박성준 교수는 당시 ‘질 높은 외조’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 전 총리의 해외순방 길 동행은 물론, 가정살림과 자녀 교육을 도맡으며 적극적 외조를 펼쳤다. 이들 평등 부부의 모습은 한국에서 여성이 정치적 역량을 펼치는 데 가정문제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TV에 나와 정책연설을 하는 한경자 대통령을 두고 전직 대통령 김정호가 던지는 말이 대표적이다. “머리가 저게 뭐야? 왜 여자는 정치만 하면 머리를 저렇게 세워. 옷은 또 저게 뭐야. 왜 저렇게 빨개.”

변도윤 전 여성부 장관은 재직 시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고충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장관이 되기 전에는 검정이나 회색 등 무채색 계열의 옷을 입었는데, 장관이 된 후에는 빨강이나 하늘색 등 원색 위주로 입어요. 국무회의에 가면 검은 양복들만 가득한데 안 그래도 입지가 좁은 여성부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알리려면 그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고충이라면 고충이죠.”

그동안 여성 정치인들이 국회의원, 장관,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치판에서 종횡무진 활약했지만, 한국에서 여성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고두심 역시 지난 13일 언론시사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건국 이래 여성 대통령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연기하기가 편했다”면서도 “공직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남성인데 그 속에서 정치를 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성 대통령이 나올 법한 시대라 해도 어디 그게 만만하겠나”라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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