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등장하는 김정호(이순재) 대통령은 민주화 투쟁에 젊은 시절을 다 바치고 최장의 나이에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국민 대통합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에게 옥고를 치르게 한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추진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여한 행사에서 응모한 로또가 1등에 당첨되고, 숱한 갈등 속에서도 “지금 이 순간 부정한 돈을 단 1원이라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다 내놓으라”며 ‘청렴’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지켜낸다.
최연소 꽃미남 싱글 대통령 차지욱(장동건)은 ‘젊은 정치, 자주 외교’를 내걸고 청와대에 입성한 젊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다. 일본의 군사적 도발에 전쟁 직전의 위기에 이르지만 강대국에 할 말은 하는 확고한 신념과 결단력의 소유자다. 갑작스레 괴청년(박해일)에게 신장 이식을 요구받지만, “옆집의 한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면 수백, 수천만 국민도 구하지 못할 것”이라며 결단을 내린다.
모습은 다르지만 이 두 명의 대통령을 관통하는 것은 ‘대통령다운 선택과 결단’이다. 그들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에 부딪쳤고, 인간적 갈등과 고민을 겪는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국민을 위한 선택에 도달한다. 그것이 바로 대통령이 보통 사람이면서 특별한 사람인 이유다.
장진 감독은 제작 초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영화를 보면서 웃을 수 있기를 바랐다지만, 후반 작업 도중 두 전직 대통령은 사망했고, 결국 영화는 ‘굿바이 프레지던트’가 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감동적인 대사와 장면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추모이면서, 현직 대통령을 향한 바람일지 모른다.
“서민정치는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지, 시장에 가서 떡볶이 먹는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차지욱 대통령의 영화 속 대사가 귓가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