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한국에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필요한 물건이 있어 시장에 갔는데 정말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어 가격을 알아보려는데 가격표가 하나도 없었다. 한국어가 서툴러서 말은 통하지는 않지만, 가격표를 보면 물건을 구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격표가 하나도 안 붙어 있어서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은 물건을 살 때 요령이 생겨 물건 값을 잘 깎지만, 새댁일 때는 잘 깎지 못했다. 잡지에서 보니 한국에서는 무조건 “깎아주세요”를 잘 써야 한다고 해서 시장에 가면 안 되는 한국어로 “깎아주세요”라고 했으니 물건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들은 척 만척 할만 했다. 요즘은 정찰제가 되어있고 가격표가 다 붙어 있어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느끼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살아보니 ‘어디에 가서든지 말이 필요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유창하고 빠르며 큰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

한국인들의 빠른 말과 큰 목소리 때문에 다문화 주부들은 불편함을 많이 느낄 때가 있다. 특히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생각으로 잘못을 했어도 사과하기보다는 큰 목소리로 이기려는 생각은 좋지 않다.

일본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나 ‘화를 내는 사람’은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여긴다. 어릴 때부터 일본인의 예절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마라’여서 일본인은 어디서나 소곤소곤 대화를 나눈다. 일본 사람처럼 너무 조용히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지금 우리가 목소리 톤을 한 단계만 낮추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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