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 그리고 여성신문
여성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 그리고 여성신문
  • 유순희 / 전국여성지방분권 네트워크 집행위원장
  • 승인 2009.10.23 09:31
  • 수정 2009-10-23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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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 이슈 부재, 여성계의 결집력 약화로
언론도 여성보다는 ‘가족’에 집중…
네트워킹, 지역·글로벌 한층 다양해져야
“여성운동의 새로운 어젠다 발굴이 시급해요.”

“더 이상 여성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거나 언론의 관심거리가 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활동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몇몇 단체에서는 일찍이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향후 지역 여성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며 자체적으로 여성운동의 방향을 모색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 관련 단체들은 지속가능한 단체를 위해 연간사업과 운영에만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렇다보니 점점 여성 공동의 현안과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개별 단체의 생존을 위한 사업의 성패에만 관심을 쏟게 되는 듯한 인상이다.

문제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활동가나 단체들이 제각각 사업과 활동에만 주력하다 보니 여성계의 결집력이 약해졌다는 데 있다. 말하자면 각개전투식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실적인 정책적 변화와 입안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때때로 공동의 현안을 끄집어내 각 전문 분야와 영역에서 활동하던 여성단체들이 규합하고 연대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는 남의 밥그릇 빼앗아가는 느낌이 들어 눈엣가시 같고, 어렵게 얻어낸 프로젝트 사업에 급급하다 보면 여성운동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게 된다. 연대의식을 찾아볼 수 없는 이 같은 여성계의 분열은 여성문제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즉 여론을 반영하고 공론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던 기존 언론들의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는 비 여성언론 기자들에게 “요즘 왜 신문지상에서 여성 관련 콘텐츠가 사라졌느냐”고 물으면, “보도자료를 보면 매번 다룬 기사 같고, 그 소리가 그 소리 같아, 특별히 다룰만한 이슈가 없는 것 같다” “요즘 여성 콘텐츠를 특별히 다루지 않고 아예 패밀리로 전환한 지 오래다”라고 어렵지 않게 말한다.

사실상 꼼꼼히 따지고 보면 여성을 중심으로 둘러싼 가족문제만 해도 그렇고, 점점 사회활동이 늘어나고 있는 여성의 일자리와 직장에서의 문제도 그렇고, 평균수명이 더 긴 여성들이 대부분 차지하는 노인문제만 해도 여성과 무관하지 않은 사회문제가 없다. 육아, 교육, 아동청소년 문제도 마찬가지고 다문화 가정의 여성문제도 그렇다.

그동안 많이 떠들어대긴 했지만 여론을 환기시킨 분위기만큼 시원스럽게 변화를 불러온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다만 아직도 진화 중인 상황일 뿐이다. 그럴진대 남편의 수입을 송두리째 관리한다는 이유로 아내들의 지위 상승을 주장하는 일각의 분위기는 억지 아닐까.

왜곡된 여성지위 향상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진정 이 사회를 양성평등한 사회로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한국 여성운동의 길잡이가 되어온 여성신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다시 한 번 여성계의 목소리를 공론화하고 응집하며, 여성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

국내 여성언론 1호로서 여성신문이 그동안 잠자는 안방의 여성들을 흔들어 깨워 사회적 활동을 진작하는 등 여성들의 인식변화와 권익신장, 법제도의 개선 부문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지자체마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여성매체들과 새로운 연대와 네트워킹을 시도할 때다. 지금 여성신문의 가장 큰 딜레마는 수도권 중심의 여성언론이라는 점이다. 지역여성,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언로가 열려야 한다. 지역과 연계한 사업과 시스템 구축 또한 필요하다. 전국지다운 여성주의 매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정보를 보다 확대하고 지역 모니터들의 참여도 늘려야 함은 당연하다. 전국지로서 위상을 굳건히 한 이후라야 비로소 글로벌 여성언론을 지향하는 여성신문의 입지가 바로 설 것이다.

요즘 경제가 참 어렵다. 몇 년째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최근 미디어관련법의 변화 예고 등 갈수록 종이매체가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이 같은 악조건에서도 여전히 여성이 희망이 되는 세상을 열어가는 데 헌신적으로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는 여성신문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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