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회 토론회서 첫 공론화
"고객 섬겨라" 교육으로 피해 은폐

국내에서 성희롱 금지 법제화가 된 지 올해로 11년째를 맞았으나 직장 내 성희롱이 만연한 가운데 돌봄노동자의 성희롱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공론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이하 여성노동자회)는 지난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돌봄노동자의 성희롱 실태를 드러내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증가하는 돌봄 일자리, 은폐되는 성희롱’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특히 그간 산발적으로 제기돼 왔던 재가 서비스 돌봄노동자의 성희롱 문제에 대한 첫 공식 조사와 연구를 토대로 진행돼 관심을 끌었다.

이날 주제발제에 나선 김양지영 여성노동자회 조사연구부장은 “전국의 지역자활 소속 노인·장애인·가사간병·재가 장기요양·자활간병(유·무료 포함) 노동자를 대상으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조사·연구 결과 응답자 914명 가운데 34.8%가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으며 피해 횟수도 여러 차례”라고 밝혔다.

김양지영 부장은 이어 “여성이 대다수인 재가 서비스 돌봄노동자들은 ‘파출부’ ‘일하는 아줌마’ ‘가사 도우미’ 등으로 인식되고 있고, 이런 인식이 성희롱을 더 쉽게, 자주 일어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성희롱 피해자들이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개인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개인적인 해결방식을 택하는 주요 이유로 ‘기관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꼽았다. 보건복지가족부의 돌봄 서비스 교육 교재에서 나타나듯이 “돌봄노동자들이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를 전문적인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 개인의 몫이라고 교육시키고, 돌봄노동자에게 독거노인을 섬겨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시키면서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참아내도록 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토론자로 나선 정형옥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가 서비스 돌봄노동자들이 성희롱 피해에 직면해 노동권 침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성희롱 피해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결국 여성이 대다수인 돌봄노동은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로 자리잡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정책적 대안으로 성희롱 행위자인 ‘고객’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규제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한목소리로 실효성 있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주문했다. 김양지영 부장은 “돌봄노동자뿐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도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김현숙 부평남부 지역자활센터장은 “예방 교육을 위해 ‘돌봄 사업 성희롱 예방 센터(가칭)’를 설치, 운영할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양봉석 중앙 가사간병교육센터장은 이에 덧붙여 “요양교육보호사교육원의 부실 교육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검증된 교육기관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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