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후정 이화학당 이사장
[인터뷰] 윤후정 이화학당 이사장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09.10.16 15:57
  • 수정 2009-10-16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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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은 한국인’ 꿈 여성들이 이어가길
스크랜턴 서거 100주년 감회

 

“이화여대의 역사를 깊이 알아갈수록 스크랜턴 선생님께 그렇게 고맙고 감사할 수가 없다. 그런 분이 다시 있긴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알렌, 아펜젤러, 언더우드 같은 분들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선생님은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1886년 개화기의 혼란 속에서 선생님이 ‘빈 손’으로 한국의 근대 여성교육을 시작한 것은 정말 대단하다. 교사로 한옥을 고집하고 초기 학생들이 흰 저고리와 까만 치마에 댕기머리를 유지하도록 한 것이 시사하듯 교육 목표를 ‘보다 나은 한국인을 만드는 것’으로 잡으신 게 지금도 너무 감격스럽다.

한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한국인의 긍지를 가지게 하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립해주는 것에서 교육을 시작한 선생님의 정신이 이후 교수 책임자들에게 ‘보다 나은 한국, 한국인’을 모토로 하여 계승됐다고 생각한다.

이 정신 때문에 우리 선배들이 독립애국운동에 많이 참여해 유관순 열사 같은 이가 나올 수 있었다.”

10월 5일부터 12일까지 전개된 스크랜턴 서거 100주년 기념사업의 숨 가쁜 일정을 마무리한 윤후정(사진) 이화학당 이사장은 우선 스크랜턴 여사에게 깊은 경의를 표했다. 이화학당은 이화여대 관련 8개 기관이 학교 설립의 정신과 전통을 계승·유지하도록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곳. 스크랜턴 여사의 한국에서의 활동은 바로 ‘이화학당’을 출발점으로 해서 본격화됐다. 그런 만큼 이번 행사에 대한 그의 감회는 특별하다.

그에 따르면, 정동 6000평에서 시작한 이화여대는 이후 신촌캠퍼스로 옮기면서 6만 평으로 놀랍게 확대됐고, 그 기저엔 스크랜턴 정신을 이어간 여성들의 십시일반 모금활동이 있었다.

광복 후엔 김활란 총장의 노력에 힘입어 종합대학으로 승격했고, 김옥길 총장 이후 후배 총장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세계적인 여자대학으로 성장하게 됐다. 이는 세계 선교 역사상으로도 극히 드문 사례다. 더구나 이화여대 초창기 4년을 헌신하다 60세에 가까운 노구를 이끌고 함께 온 외아들과 의료복지 사업에 헌신하고 10여 개에 가까운 개척교회를 세운 그 열정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다.

스크랜턴 여사는 남편 사후 50이 넘은 나이에 ‘순교’할 각오로 감연히 한국 땅을 찾아왔다. 이는 그가 감리교 해외여선교부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윤 이사장은 말한다.

“감리교 해외여선교부는 남성이 중심이 돼 여성선교에 대해선 별 관심도 없고 여성 회원들을 보조적 역할자로만 인식한 감리교선교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1869년 출발했다. 조직·기금·운영·선교 대상국 선정 등 모든 활동을 여성들 스스로 결정했는데, 이 조직이야말로 굉장한 신앙을 바탕으로 한, 그렇지만 여성의식이 아주 강하고 진취적인 집단이었다. 스크랜턴 선생님이 이곳에서 활동하다 한국에 파견됐다는 것이 참 행운이다.”

그는 스크랜턴 여사가 “모든 인간은 남녀 귀천 인종 국적을 초월해 하나님 앞에서 ‘같은’ 피조물”이란 근본 사상을 가지고 “여성도 교육을 통해 깨우쳐야 하고, 한국 사회 역시 여성을 가르쳐야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란 신념으로 일관했다고 전한다. 뿐만 아니라 왕실과의 교섭을 통해 결국 고종황제를 통해 ‘이화학당’이란 학교명을 받아낸 정치적 능력도 높이 평가한다. 여성 교육에 대한 사회 저항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었다는 것.

“당시 여성 교육은 ‘현모양처’에 집중했지만 스크랜턴 여사는 헌신 희생 섬김 나눔의 교육정신을 통해 여성이 사회로 나가 소외계층을 향한 인류애적 봉사를 실천하길 염원했다. 그의 깊은 뜻이 현재에도 계속 활발히 이어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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