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자녀도 홀로서기 교육 필요하다
장애 자녀도 홀로서기 교육 필요하다
  • 김태련 / 아이코리아 회장, 이화여대 명예교수(심리학)
  • 승인 2009.10.16 15:20
  • 수정 2009-10-16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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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보호 아이 행복에 ‘짐’… 독립지원 프로그램 확산을
영화 ‘말아톤’은 다섯 살 아이의 지능을 가진 스무 살 청년 초원이가 어머니의 응원에 힘입어 마라톤 완주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초원이는 어머니 덕에 달리면서 행복해하지만, 어머니가 평생 곁에 있어 주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어머니 없는 초원이는 어떻게 살까? ‘말아톤’에서는 “내 소원이 뭔지 알아요? 초원이가 나보다 하루 일찍 죽는 거예요”라는 어머니의 대사가 나온다.

“장애인 자녀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면 자녀가 홀로 설 수 있도록 잡은 손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장애아동의 부모가 자녀를 과잉보호 한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장애인의 독립적인 삶을 막게 된다. 자녀가 진정으로 행복하길 바란다면 부모가 모든 걸  돌봐주려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아동을 포함해 어린이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아이코리아가 올해 5월 아이코리아 평생교육원에서 ‘한·미 발달장애 학생 상호 교류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미국에서 태프트(TAFT)대학 총장이 발달장애 학생들과 지도교사 등 50여 명을 직접 인솔하여 아이코리아에서 숙식을 하면서 아이코리아 부속 육영학교 특수학생들과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뜻있는 시간을 가졌다. 또 UCLA의 올리비아 레이너 박사와 서울대 홍강의 교수 등 발달장애 전문가들 500여 명이 모여 연구 경험을 나누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특별히 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틸스’(TILS: Transitional Independence Living Skills)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미국의 태프트대학이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발달장애인이 옷을 혼자 입고, 요리도 하고, 은행 일도 혼자 보는 등 일상생활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 나갈 수 있게 훈련하고, 궁극적으로 독립하여 살 수 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기술을 익혀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대학에서 2년간 훈련받은 졸업생의 92%가 직업을 가지고 있고, 95%는 부모로부터 독립해 혼자 살고 있으며 4%가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었다고 전한다.

18명의 장애학생을 이끌고 서울에 온 제프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자녀 안전을 걱정하는 부모들을 설득하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해외여행을 보낼 정도로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부모나 미국의 부모도 자녀의 안전과 독립에 관해서 갖는 생각에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회적 인식과 편견, 제도의 미흡, 부모의 과잉보호가 더욱 커 장애인이 홀로서기를 할 용기를 갖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에서 독립생활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이 홀로서기가 가능한 것은 사회적 제도로 정부의 평생지원, 지역사회에서의 장애인의 긍정적 수용, 독립을 요구하는 문화적 배경, 정부와 지역사회에서의 다양한 장애인 고용 프로그램 등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이 필요하고 동시에 부모와 학교에서도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심각한 장애인을 제외하고는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훈련을 통해 독립적인 자기관리와 직업훈련을 시킴으로써 개인과 가정과 사회 모두가 윈-윈(win-win)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교과과정에 생활교육을 포함하고 동시에 어려서부터 직업훈련을 시켜 미리 홀로서기를 준비시키는 것이 필요하며 보건복지가족부도 이런 프로그램을 위해 더 많은 지원을 함으로써 오히려 국가 예산을 줄일 수 있다.

아이코리아는 지난 여름방학에 육영학교 교사 2명과 치료교육전문가 3명 등 총 5명이 태프트대학에 가서 장애학생들이 받고 있는 프로그램 속에 함께 들어가 홀로서기 교육을 받는 연수를 마치고 돌아왔다. 교육받은 교사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우리 특수학교인 육영학교부터 시범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생각이며 전국의 특수교사들을 위해서도 교육을 펼칠 생각이다.

이미 육영학교는 직업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서 우체국, 도서관, 슈퍼마켓 등에 취업한 졸업생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 이들을 받아 줄 기관을 설득하는 노력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기관들도 졸업생들을 한번 고용해 보면 이들이 가진 장점을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홀로서기 프로그램은 본인에게는 긍지를 부여하고 부모에게는 용기를 북돋워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장애인을 지원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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