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제3의 인생’
이란 ‘테헤란을 팝니다’
니제르 ‘모래바람, 바위여인’
이들 영화들은 가부장적 문화에 의한 여성억압과 갈등이 국가를 초월해 누구나 겪는 내적 갈등임을 보여준다. 제3세계에서 금기시되어 온 문제들을 적극 제기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은 3편의 영화, 방글라데시 영화 ‘제3의 인생’(감독 모스타파 사르와르 파루키)과 이란 영화 ‘테헤란을 팝니다’(감독 그라나즈 무사비), 그리고 아프리카의 낯선 나라 니제르를 배경으로 한 ‘모래바람, 바위여인’(감독 나탈리 보르제르)을 소개한다.
먼저, 방글라데시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영화 ‘제3의 인생’. 늦은 밤거리, 누군가에게 쫓기듯 불안해하는 루바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사회운동가인 남편이 투옥되며 홀로 살아가게 된 루바가 사회 속 성차별 질서와 내면에서 겪는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홀로 사는 여자에게 방을 주는 게 터부시되는 이슬람 사회, 루바는 다른 남자친구 타푸에게 의탁하게 된다. 이후 그녀를 포박하고 있는 가부장적 사고로 겪는 여러 자아들 간의 내적갈등은 극에 달하게 되며, 루바는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독립적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움을 느낀다. “나한테는 온 세상이 감방이야”라고 외치는 루바의 모습은 우리 사회 속 여성을 가두는 굴레인 ‘가부장’의 압박 강도를 실감케 한다.
이란 영화 ‘테헤란을 팝니다’ 또한 비슷한 맥락을 보인다.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투옥의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생활을 해야만 하는 주인공 마르지에(마리즈에 바파메르). 억압적인 사회에서도 이란 출신 호주 남성을 만나 이민의 기회를 얻게 되지만 이마저 실패하며 그녀는 가부장 사회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찾기 위한 위험을 무릅쓴다.
작은 창문을 향해 손을 뻗으며, 나가고자 몸부림치는 그녀의 연기를 통해 영화는 탄압, 고통 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란 사회 속 젊은이 그리고 여성의 현실과 마음을 대변한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의 니제르를 배경으로 한 영화 ‘모래바람, 바위 여인’은 여성이 자아 성취를 소망하며 겪게 되는 세 가지 갈등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다큐멘터리다.
매년 비가 내리고 나면 투부족 여성들은 낙타와 염소 등을 끌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3주간의 험난한 길을 떠난다. 영화는 그 과정에서 여성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전통 사회가 가진 여성성과 진취적 여성성의 충돌, 서구 여성에 대한 동경과 투부족 현실 간 괴리, 사막으로 대변되는 시골과 도시 간 갈등을 포착한다.
강인한 바위처럼 매서운 모래바람을 가르며 걷는 여성들의 모습은 비록 그들을 얽매고 있는 가부장의 굴레가 모래바람처럼 매섭더라도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그들의 바람과 노력 또한 바위처럼 강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