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 펼치는 사진계 인상파
아날로그 감성 펼치는 사진계 인상파
  • 정필주 객원기자 myvirtual@paran.com
  • 승인 2009.10.16 15:00
  • 수정 2009-10-16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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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키로 재단되는 모델 일 싫어" 작가로 변신
독보적 폴라로이드 작업…"패션사진의 살아있는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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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 작업으로 독보적 영역을 구축한 세계적인 여성 사진작가 사라 문(Sarah Moon)의 패션 사진전이 서울 예술의전당 V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패션사진의 살아있는 신화 사라 문 한국특별전’에서는 작가의 최근 작업 160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번 한국 전시는 사라 문이 남성 중심적 사진계에서 자신만의 작업을 해낼 수 있었던 비결을 살짝 보여주고 있다. 샤넬, 장 폴 고티에, 이세이 미야케의 옷을 촬영한 작업들은 특유의 몽환적인 색채감과 흐릿한 선의 느낌으로 사라 문의 별칭이 왜 ‘사진계의 인상주의 작가’인가를 느끼게 해준다. 샤넬 작업에서는 여성 특유의 고혹적인 생기발랄함을, 이세이 미야케 작업에서는 번져나가는 강렬한 색감으로 ‘촉감’에 호소하는 강렬함을 보여준다.

사라 문의 이러한 ‘자신만의 스타일’의 배경에는 최첨단 기술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녹아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마련된 사진작가 김중만과의 인터뷰에서 사라문은 얼굴의 미세한 땀구멍 하나까지 모조리 잡아내는 최신식 카메라 기술을 경계하며 디지털카메라가 “너무 완벽해서 문제”라고 꼬집는다. 사라 문은 폴라로이드 카메라(665필름)로 작업을 하는데, 그 이유는 “불과 1분 전의 과거가 분리되어 나올 때 발생하는 예측불허의 우발성이 흥미로워서”라고 한다. 그는 “일반 카메라는 찍다보면 예기치 않은 사건도 생기고 부족한 기술도 드러난다”고 말하면서 “자신만의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카메라를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디지털카메라는 기술적으로 너무 완벽해서 신비감이 없다는 것이다.

“보여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이지 않는 감동과 깊이가 있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히는 그는 “나는 샤넬과 같은 패션기업의 주문을 받아 사진을 촬영해왔지만 지금까지 일할 수 있는 것은 당대 스타일을 따르지 않고 나만의 색깔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만의 사진철학을 갖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상업사진은 선명하게 찍는 것이 예사인데 사라문은 곧잘 카메라를 흔들어 찍곤 한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완벽한 기술보다는 “정확한 느낌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라 문의 작업에 대해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최근 패션사진들은 유명한 남성 사진가와 어린 여성 모델 간의 섹스 어필적 분위기가 대세인데, 사라 문의 작업은 이러한 추세를 거슬러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움과 독창적인 작업을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사라 문은 모델 일을 그만두고 카메라를 잡게 된 이유로 “몸무게와 키로 재단되는 모델 일이 내게 맞지 않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의 작업들은 그 자신이 모델로 카메라 앞에 섰던 위치에서 작가로 카메라 뒤로 가게 된 동기를 시사해준다.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사진작가인 사라 문은 1941년 파리 태생으로 원래는 모델이었다. 19세 때 모델에 데뷔, 9년간 오트 쿠튀르 모델로 활동한 그는 뉴욕에서 최초의 샤넬 모델을 했고 29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사진가로 변신했다. 그가 사진가로서 인지도를 얻게 된 것은 1972년 피렐리사(이탈리아 밀라노를 근거지로 한 다국적 기업)의 달력 촬영을 맡으면서부터다. 피렐리 달력은 비매품으로 오로지 주요 고객이나 유명 인사들에게만 전달되는 ‘특별선물’이었다. 여성 누드사진 작업이 주로 등장하던 당시 달력 사진은 남성 작가만의 전유물이었다. 1972년 이후 그는 상업사진과 개인 작업을 병행했고, 1978년부터는 영화도 찍었다. 

이번 사라 문 특별전은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문화축제 ‘프랑스 엑스프레스’의 일환으로 열리고 있다. 전시를 위해 사라 문은 지난 30년간의 작업 중 160점을 직접 골라 액자까지 끼워서 한국으로 보낸 것은 물론, 전시장 도면을 보며 아예 작업 배치까지 직접 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전시에서 사라문의 단편영화 ‘서커스’가 상영되는 것도 이채롭다. 작품은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의 내용을 사라 문 식으로 각색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패션이나 사진 전공자는 물론, 현대의 무서우리만치 정확한 디지털 기술이 놓치는 아련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일반인들에게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11월 29일까지, 입장료 8000원. 문의 02-710-0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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