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외이미지 책임자…한국 여성과의 교류 위해 방한
변호사, 디스커버리 채널 키운 CEO에서 각료로 변신
주디스 멕헤일 국무부 공공외교 및 공보 담당 차관이 지난 5일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한국 방문만을 겨냥한 이례적인 일정. 방한 마지막 날인 8일 멕헤일 차관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위치한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한국의 여성계 리더들과 간담회를 갖고 양국 여성 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측에서는 박영미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박옥희 21세기여성포럼 공동대표, 조현옥 이화여대 이화리더십개발원 교수, 한명희 전 구로여성인력개발센터 대표, 진선미 법무법인 이안 변호사, 김효선 여성신문 대표 등 6명이 참석했다.
멕헤일 차관은 후배 젊은 세대의 여성들에게 특히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같은 20대 안에서도 25세 이하와 25~30세가 큰 차이를 보인다”며 “젊은 세대들은 중요한 것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한국 여성운동의 세대 차이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많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5월 말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정식 임명장을 받은 멕헤일 차관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이미지 개선 작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인물. MTV와 디스커버리 등 20여 년간 글로벌 콘텐츠 기업에 몸담아온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의 최고경영자로서 미국의 작은 케이블 채널에 불과했던 디스커버리 채널을 전 세계 170여 개국 14억 명이 시청하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유명하다. 그가 이끌던 디스커버리는 외적인 성장뿐 아니라 양성평등한 기업으로도 명성을 얻었다.
특히 오랜 기간 ‘일하는 엄마’로서 살아온 경험을 통해 일·가정 양립 정책에 큰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다. 일을 마무리하기만 하면 장소와 시간을 관여치 않는 유연한 근무 환경을 만들고 자녀 양육에 많은 혜택을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가정이 없는 직원들에게도 일 외에 다양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정책으로 디스커버리는 2004년 ‘마더 매거진’이 선정한 ‘일하는 엄마를 위한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뉴욕에서 외교관의 딸로 태어난 멕헤일 차관은 아버지의 부임지를 따라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영국 노팅엄대 정치학과와 뉴욕 포드햄대 법대를 졸업했다.
여성과 인권에 관한 그의 깊은 관심은 아프리카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 대형 로펌의 변호사였던 그가 방송업계에 뛰어든 것은 80년대 MTV의 창설 멤버로 참여하면서부터.
2006년 디스커버리를 떠난 그는 자선과 교육사업에 뛰어들어 비영리 사업체인 ‘디스커버리 채널 글로벌 에듀케이션 파트너십’의 회장을 맡아 활약했다.
그가 다음 세대 여성들에게 강조하는 조언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말라”는 것. 새로운 분야일수록 여성들의 진입이 쉽고 나름의 여성 친화적 원칙을 만들어가며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또한 변호사라는 안정된 직종에서 케이블 방송이라는 신세계에 뛰어들어 성공한 경험의 소유자다.
“여성이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남이 갖지 못한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어떤 회사든, 조직이든 그 안에서 여성이 성장할 수 있는 있는 길이 있는 곳을 신중하게 살펴보고 결정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