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일하는 엄마의 고통은 언제까지…
신종플루보다 더한 위기로 인식해야 할 때

도대체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 또한 도대체 언제까지 똑같은 ‘냄비현상’으로 끝날 것인가.

이번에는 ‘조두순’이지만 그 이름이 무엇인지는 이제 중요치 않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범죄의 대상이 되어 온 게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며 그 심각성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까지 갔는데도 도무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이웃집 애기엄마는 “밤새 잠을 못자고 울었다”면서 “이런 세상에 너를 낳아서 미안하다”고 세 살배기 딸에게 용서를 구했다고 했다.

그이가 이른 아침 우리 집에 달려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그래도 좀 알려진 여성운동가인 나에게 무슨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는 위로가 될 만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을 거였다. 그러나 나는 부끄럽게 그가 명분상 들고 온 호박만 바라볼 뿐이었다.

“여성부 장관 아세요?”

“왜요?”

“제가 찾아가면 만나줄까요?”

“글쎄요…”

“저, 그럼 죄송하지만…”

그의 방문 용건은 여성부 장관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달라는 것이었다. 부자 장관이 서민경제를 모르듯, 여성부 장관도 서민 엄마들의 고통을 모를 수 있으니 자신이 가서 상황의 절박성을 말해보겠다는 것이었다.

그 엄마는 오후에 서너 시간씩 가스 검침원으로 일하고 있다. 집안 형편상 아이가 자라면 풀타임으로 일해야 한다. 그래서 입학할 만큼 클 날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제는 오히려 아이가 안 크고 이대로 있는 게 낫겠다고 했다. 무서운 세상에서 자신 대신 아이를 지켜줄 사람을 고용하고도 수입이 남을 만한 일을 할 능력은 없다고 했다.

아이들이 폭력에 희생될 때마다 일하는 엄마들은 ‘아이에게 죄인이 되는 심정’이라며 마음을 졸여왔다. 폭력의 피해자는 직접적 희생자만이 아니다. 잠재적인 폭력에 공포심을 느끼며 삶의 위축과 생계의 위축을 한꺼번에 강요받는 전 국민이 피해자다.

신종플루가 발생하자 온 국민 손 씻기 운동이 시작됐다. 신문, 방송, 관공서, 학교가 일제히 나섰다. 건물마다 손 씻기 요령 벽보가 붙었고 상점에는 발 빠르게 손 소독 스프레이와 기능성 비누들이 깔렸다. 크고 작은 모든 행사에서도 신종플루 예방을 홍보했다. 그 증거를  해당 관공서에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되어 있다. 어느 음식점에는 ‘신종플루 예방에 좋은 메뉴’가 출시되기도 했다.

성폭력은 왜 이렇게 못하는가. 성폭력에 대한 국민의 민감성과 공감성은 신종플루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신종플루처럼 온 나라가 나서서, 온 국민이 나서서 대책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도록 공조한다면 성폭력을 뿌리 뽑기는 어렵지 않다. 민간 사찰을 할 인력과 경비를 범죄자들을 감시하는 데 쓰고 보수 메이저 언론들이 진보, 좌파들을 비판하는 데 쓰는 지면의 일부라도 할애하여 성폭력을 막는 일에 쓰면 효과가 얼마나 크겠는가.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집까지 쫓아가서 잡고 시비를 걸어 잡아들이는 경찰의 노하우를 성폭력 해결에 쓰면 잠재적 범죄까지도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의 경찰 신뢰도와 지지도는 하늘같이 뛸 것이다.

믿을 것은 예나 지금이나 피해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자신’밖에 없다. 우리가 나서서 온 국민 성폭력 뿌리 뽑기 운동을 펼칠 수밖에 없다.

여성부 장관을 만나야 속수무책 심정도 달래지고 아이에게도 떳떳한 부모가 될 것 같다는 애기엄마 앞에서 떳떳한 이 땅의 여성운동가가 되기 위해 나는 온 국민 성폭력 뿌리 뽑기 운동에 나설 것을 약속한다.

조만간 열릴 장자연씨 ‘씻김굿’부터,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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