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례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어"
여성부와 함께 성인지 예산 작업 담당
성인지 예산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 2월 부임해 10월 1일 성인지 예산서가 국회에 제출되기까지 8개월간의 힘든 작업을 마무리한 이재영 기획재정부 문화예산과 과장은 보람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기획재정부는 여성부와 함께 성인지 예산 업무 추진의 양대 축으로서, 각 부처로부터 성인지 예산서를 취합, 정리해 제출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이를 진두지휘했던 이가 바로 이재영 과장이다.
이 과장은 성인지 예산 업무를 처음으로 추진하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한다. 우선 성인지 예산서를 제출해야 하는 각 부처들의 반응이 소극적이었다. 시기적으로 일반 예산과 같은 프로세스로 진행되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이 일반 예산을 편성하면서 동시에 성인지 예산서를 작성하는 것에 큰 부담감을 느낀다고 한다. 당장 부처 입장에서는 이점이 없기 때문에 성인지 예산 업무는 되도록 피해가고 싶은 ‘이중의 일’인 것이다. 특히 성인지 예산에 대한 선례가 없어 공무원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배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첫 제출된 성인지 예산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사업 수혜자의 성별통계만을 제시, 단순 분석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줄 것”을 당부한다. 성인지 예산서를 제대로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성별분리통계와 관련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는 100점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과장은 노르웨이의 사례를 언급한다. 노르웨이의 경우 농업발전기금의 성별 수혜 비율만을 지속적으로 분석했더니 점차 여성의 수혜 비율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여성의 농촌 거주율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노르웨이 사례처럼 인위적으로 과대하게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것부터 착실히 하다 보면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