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가 나를 움직이고 ‘창조’가 나를 발전시킨다
업계 12위에서 2위로 급부상시킨 성공 노하우 책에 담아
긍정 열정 비전 상상 변화 집념 6가지 창조 바이러스로

 

이승한 / 홈플러스그룹 회장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이승한 / 홈플러스그룹 회장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삶의 현장과 경영 노하우를 접목한 ‘창조바이러스 H2C(How to Create?)’로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는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을 만났다. 홈플러스를 유통업계 꼴찌인 12위에서 4년 만에 업계 2위로 우뚝 세운 그는 분명 세계적인 기업인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업인 이미지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상당한 개성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스리 다이 Three die’ 각오로 차별화·혁신·창조 추진

고층빌딩 17층에 자리해 강남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 회장의 집무실 풍경은 그가 얼마나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한 쪽은 노란색 접착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는 홈플러스 전단들이, 다른 한 쪽은 이젤부터 갖가지 구상·비구상 작품들과 다양한 책들이 차지하고 있어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숱한 상장과 상패들이 장식품처럼 보일 정도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1시간 30분을 훌쩍 넘긴 그와의 인터뷰는 끊임없이 여러 물줄기로 화두를 옮겨가며 활기차게 진행됐다.

대담은 삶 속 창의의 씨앗을 뿌리는 긍정 바이러스, 매 순간 자신을 불태우는 열정 바이러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저 너머를 보는 비전 바이러스, 고정관념이란 상자 밖에서 상상하는 상상 바이러스, 그 상상에 따라 거침없이 바꾸어 나가는 변화 바이러스,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집념 바이러스, 이렇게 책의 핵심이기도 한 6개의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그 배경엔 “차별화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혁신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창조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기업생존 3대 법칙에 세 차례나 반복되는 “죽는다”의 마지노선이 있다. 그의 식대로 표현하면 ‘스리 다이’인 이것은 묘하게도 절박함보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여유로움으로 다가온다. 그에게 일생 ‘하지 말라’는 ‘금기’의 말을 단 한 번도 내비치지 않았던 부모님의 ‘방목’에 가까운 교육방식이 그대로 유전됐기에, 그래서 ‘못 한다’는 가정은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다음은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과 이승한 회장의 대담 내용.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이번 책이 평소 신념과 잘 맞는 것 같다. 실제 책을 읽어보니 전문가 못지않은 필력이어서 놀랐다.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 “사실 2년 전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따로 휴가를 내서 제주에서 일주일 머물며 쓰기도 했고, 평상시엔 퇴근 후 글을 썼다. 숱하게 야근을 했는데, 사무실 맞은편 치킨집이나 도넛 가게가 단골 야식집이었다(웃음). 농담으로 출판기념회를 ‘출산’ 기념회라 말할 정도다. 무엇보다 글을 쓸 땐 팩트가 중요하니까, 혹 옛날 일을 잘못 쓰거나 과장한 것은 없는지 신경을 많이 썼다. 합작했을 때의 옛 기록이나 사본을 가져와 크로스 체크했고, 어린 시절 기억 속의 나무나 감자 호박 심던 일을 다시 점검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한 18번 고쳐 썼나? 마감 직전까지도 고치고 또 고쳤으니까. 결론적으로, 그래서 6개월 걸릴 작업이 2년이 돼버렸다. 회사를 경영할 때도 큰 흐름은 구조적으로 ‘그리려’ 하는 습관이 있다 보니 글도 ‘쓰기’보다는 ‘그리려’ 하게 되고, 그래서 다행히도 쉽게 읽힌다는 말을 듣는 것 같다.”

-책을 핵심인 6개의 창조 바이러스를 한 선으로 연결해 하나의 그림을 그리듯 쓴 것 같다.

“무엇보다 비전과 꿈이 최대한 커야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가 세운 비전 이상으로 달성하는 곳을 못 봤다. 60㎝를 점프하는 벼룩을 30㎝ 높이 병에 넣어봐라. 30㎝에 익숙해져 병뚜껑을 열어 풀어놔줘도 28㎝밖에 못 뛰는 법이다. 또 있다. 비전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늘 ‘생각’하는 사람에겐 못당한다. 그리고 아무리 상상하더라도 실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고, 마지막으로 절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필요하다. 이것이 결국 창의를 창조로 바꿔주는 고리다. 이번 책 출간을 계기로 이 6개 바이러스를 각각의 별도의 장으로 독립시키면 그 한 장으로도 책 한 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여기에 이젠 내 얘기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 다른 기업의 얘기를 넣을 것이다. 이런 논리에 의해 2탄이 나오면 책 하나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으로 또다시 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 시점에서 왜 그토록 ‘창의’가 중요한가.

“난 기업인이니까 기업이 게임에서 이기는 전략에 집중한다. 70년대 후반까지는 판매보다는 공급에 가까운 시절이었다. 제일모직에 입사했더니 대리점들이 찾아와 원단을 얼마 얼마에 달라고 사정하고, 물건 받을 때는 서울역에 텐트 치고 기다리는 게 아닌가. 판매가 아닌 분배의 시대였다. 1973년쯤엔 경쟁체제로 급속히 변했다. 가장 먼저 나온 말이 ‘차별화’ 전략이었다. 90년대 들어와선 ‘혁신’이 게임 무기였고, 2000년대 후반기, 특히 2007년부터는 ‘창조하지 않으면 시장게임에서 진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차별화·혁신과 창조의 차이라면, 전자는 과거의 경험, 지식이나 과거의 실적 연장선상에서 현저히 개선된 것, 즉 과거의 데이터가 가공된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과거와 전혀 관계없이 생각도 못한 완전히 새로운 것이 상상으로 튀어나올 수 있어야 한다. 즉 지금 세상에선 차별화·혁신을 바탕으로 한 창조가 마지막 경쟁력을 가르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생각하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당할 자 없다

-스리 다이, 신바레이션(Synbaram 신바람+Rational 합리적) 등 새로운 말을 많이 만들어낸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는지 궁금하다.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걸 얼마나 사람들한테 확실히 잊어버리지 않게 쉽게 얘기할 수 있는지, ‘촌철살인’을 늘 생각하고 의도하면서 신조어를 만들고 써보며 시도해본다. 사실 하루 생각하면 잘 안 나온다. 사흘을 내리 생각하면 뭔가 나오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면 자꾸 아이디어가 샘솟듯 나오는 법이다. 샘이란 게 계속 파줘야 나오는 것 아닌가.”

-회장님께선 돈 잘 버는 효율적 CEO이면서도 우리 사회 공동체를 굉장히 걱정하신다.

“무엇보다 ‘가치’가 중요하다. 가령 내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창의서울’에서) 도와준 것에 대해 차기 서울시장에 관심 있다, 정치에 관심 있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를 움직인 것은 “서울시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 수 없을까”란 ‘가치’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성공이 우리 사회에 어떤 공익적 역할을 했다고 보는가.

“삶의 질을 현저히 끌어올려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점포를 시작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국내 유통산업 점포들이 500개에 달하는데, 무조건 해외만 벤치마킹 해 어디나 ‘창고형’으로, 회수율에만 초점을 맞춰 운영되고 있었다. 공간이 드라이 해 쉴 데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데, 물건만 좀 싸게 살 수 있을 뿐이었다.

대한민국 자산으로 이런 500개의 점포를 택할 건지, 휴식처 놀이터 치과 등 편의시설을 갖춘 또 다른 500개의 점포를 택할 건지, 백지상태에서 다시 생각해봤다. 그 결과, 홈플러스가 후자를 택해 운영하니 다른 경쟁업체들도 앞 다퉈 이를 따라했다.

둘째 유통경로에서의 혁명을 들 수 있겠다. 그동안 오랜 기간 농수산물 직거래 문제를 풀지 못하다가 새로 시작하는 유통기업이 그걸 왜 못하나, 이렇게 생각하고 초장부터 산지 직거래에 나섰다. 이를 홈플러스가 완벽히 해낸 것을 ‘산업혁명’이라 말하고 싶다. 이렇게 농수산물을 싸게 파니 다른 할인점들과 경쟁이 안 돼 안산점의 경우 인근 대형 할인마트 2개를 합한 것보다 1.5배를 더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역시 이후 다른 업체들이 이를 경쟁적으로 따라했다. 이처럼 유통산업의 문화를 바꾸는 일에 진력했고, 이러다 보니 홈플러스 초창기인 10년 전에 비해 업계 문화가 확연히 바뀐 것을 실감하겠다.”

-리더를 꿈꾸는 다음 세대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요즘 경향을 보면 젊은이들이 너무 ‘이지 라이프’ 쪽으로 가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세계와 인류의 융성 동력은 늘 도전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높은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두려움이 없어야 창의성도 나온다. 두려움이 있는 사람은 도전을 안 하기에 꿈을 좇지 않는 법이다.

예전에 최고경영자들이 퇴임인사 때 으레 ‘대과 없이’란 말을 했다. 경영자가 두려움을 가지면, 분명히 이 길을 택하면 기업이 엄청난 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무리 없는 길을 택한다.

내가 만약 두려움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점포 1층에 푸드코트나 문화센터처럼 장사와 무관한 시도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업계 12위였기에 앞선 11개 업체와 경쟁하다 잘못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은 가질 법도 했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내 인생에 그런 두려움은 겪지 않았다. 아마 시골에서 일곱 형제와 부대끼며 자라면서 과보호란 걸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승한 회장의 책을 펼치다 보면 확연히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게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책 끝 부분을 장식하는 아내의 축하 글.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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