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삶의 질은 신뢰와 협동에서 나와

19세기 영국의 H 스펜서는 사회진화론의 주창자다. 그는 모든 사회는 시간과 더불어 진화한다고 믿었다. 모든 생물이 시간과 더불어 진화해서 더 적응적인 동식물로 변모되어 가는 것처럼, 인간들이 사는 사회도 경쟁과 적자생존의 원칙에 의해서 점점 더 좋은 사회로 진화되어 간다고 믿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스펜서의 이러한 믿음은 옳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류와 사회진화의 원천이자 동력(動力)이라 믿었던 경쟁과 적자생존의 원리는 인류사회를 진화의 길로 인도하기보다는 열강의 식민주의 지배를 가속화시켰고, 제국주의의 정당화에 기여했고, 나치즘의 발호를 방조했고, 자본주의적 횡포를 조장하여 마르크스가 말하는 계급투쟁의 불씨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경쟁과 적자생존의 원리가 그 자체로 사회진화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해진 것이다.

오늘날의 새로운 사회진화 이론은 경쟁과 적자생존을 진화의 엔진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의 개념인 신뢰와 협동을 사회진보를 끌어올리는 핵심적 발사체(發射體)로 인식한다. 사회를 진보의 방향으로 이끄는 힘은 그 구성원들 속에 내재된 신뢰와 협동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국가, 어느 집단이건 간에 신뢰와 협동심이 가장 넘쳐났을 때 가장 크게 융성했다.

서양으로 치면, BC 100년쯤의 로마, 15세기의 이탈리아가 그랬고, 동양에서는 8~9세기쯤의 당나라와 신라 그리고 19세기 후반의 일본이 그랬다. 현재 최고 선진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G7 국가들이 그렇지 않은 국가들에 비해 유별나게 다른 점 하나가 바로 국민 상호간에 신뢰와 협동의 정신이 높다는 것이다.

그들이 누리는 세계 최고 삶의 질은 경쟁과 적자생존의 원칙을 지켜서 얻은 과실이 아니라, 신뢰와 협동으로 일궈낸 수확물이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경쟁과 적자생존이 신뢰와 협동이라는 도덕적 무대 위에서 전개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경제발전이라는 혁혁한 성과를 이루어냈고,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신뢰와 협동이 결여된 상태로 경쟁과 적자생존의 게임을 했기 때문에 이전투구의 난타장을 겪게 된 것이다. 경쟁과 적자생존 원리의 활성화가 사회 진보를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신뢰와 협동이라는 도덕적 무대 위에서 펼쳐지도록 하는 힘이 사회진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뢰가 있는 곳에 경제발전이 있다’라는 F 후쿠야마의 지적은 새로운 사회진화론의 신호탄이 됐다. R 퍼트남은 이를 더 확장해 신뢰와 협동을 사회적 자본이라는 말로 형상화했다.

그에 따르면, 한 국가나 사회의 민주주의와 경제적 발전은 신뢰와 협동이라는 사회적 자본이 없이는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스펜서가 말한 경쟁과 적자생존이 사회진화의 힘이 아니라, 도덕이 사회진화의 진정한 힘이라는 것을 이 두 사람은 이야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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