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의 푸르디 푸른 청춘들
연변의 푸르디 푸른 청춘들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10.09 09:50
  • 수정 2009-10-09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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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푸른 강은 흘러라’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에 즈음해 한국 신인 여성 감독들의 영화가 유난히 많았던 지난해 영화제를 떠올려본다. 그때 소개됐던 4명의 신인 여성 감독들은 여성감독의 활약이 아쉬운 한국 영화계에 희망을 던져줬고 그 결실물들은 차례차례 관객과 만났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마지막 주자인 강미자 감독의 ‘푸른 강은 흘러라’(사진)의 개봉을 맞았다.

“푸름은 낭만이야!”

“푸름은 광대무변이지!”

“그것은 숙원의 약속이고!”

“그것은 옥 같은 고백이야!”

남녀 고등학생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주고받는 대화로 영화는 시작한다. 배경은 중국 연변에 위치한 조선족 고등학교. 열일곱 살 고등학생인 철이와 숙이는 매일 공부도 등하교도 같이하는 단짝친구다. 수줍게 사랑을 키워가던 철이와 숙이의 관계가 변화를 맞은 것은 철이가 한국에서 일하는 엄마가 보내준 돈으로 오토바이를 장만하면서부터.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철이는 우쭐해져 여학생들을 태우고 놀러 다니기에 바쁘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숙이는 속상하기만 하다.

교실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두 명의 여학생이 가출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돈 벌러 한국에 간 어머니를 둔 여학생은 어머니에 대한 안 좋은 소문 때문에 싸움을 일으킨다.

시장개방 후 서구문물이 급속도로 밀려들어온 중국의 오늘을 살아가는 조선족 고교생들의 모습은 우리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학교에서는 몰래 담배를 피우다 선생님께 걸리기도 하고, 거리마다 들어선 피시방은 아이들의 가장 큰 놀이터다. 오토바이를 타는 남학생은 여학생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집에서는 인터넷 채팅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입시에 찌든 우리의 교실과 달리 아이들 한명 한명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평등한 공동체와 같은 교실 분위기는 일순 부럽게 느껴진다.

영화 중간 카메라의 시선이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한국의 공사판 현장에서 일하는 철이 엄마에게로 이동하면서 풋풋한 성장물 같던 영화는 일순 사회물로 변화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처음이 아니지만 연변 작가의 소설들을 시나리오로 각색한 이 작품에서는 그들의 시선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영화 ‘푸른 강은 흘러라’는 한마디로 낯설다. 그것은 단지 우리와 다른 연변 특유의 억양 때문만은 아니라 이 영화가 너무나도 ‘착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두만강을 걸고 ‘영원히 푸르자’는 말을 주고받는 소년 소녀의 모습이 너무 맑고 곧아서, 교실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이 너무나도 일순간에 해결되어 버려서, 오히려 당황스럽다. 감독은 연출의 변에서 “세상에 말을 걸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너무나도 착해서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영화의 의도가 얼마만큼 관객에게 전해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영화 전체에 세심하게 사용된 눈이 부시도록 푸른 파랑과 초록의 색감, 철이 역을 맡은 연변 배우에 뒤지지 않는 연변 사투리를 구사한 숙이 역의 배우 김예리는 올곧은 이상을 가진 연변 소녀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감독 강미자, 출연 김예리·남철,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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