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여성차별이 있나요?"
"아직도 여성차별이 있나요?"
  • 김영옥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주류화연구실장
  • 승인 2009.10.09 09:19
  • 수정 2009-10-09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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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규모 세계 10위권…성평등은 OECD 최하위권
특정분야 ‘일부’ 여성 약진에 ‘착시’ 현상 경계해야
세계가 인정하듯이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자리 없는 경제성장,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변화의 속도가 위협적이 되면서 대한민국의 ‘길’을 묻는 작업이 심심찮게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중심이 되어 정부 수립 후 60여 년간의 경제발전 과정을 평가하고 미래의 정책방향을 찾는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인데, 이것도 그 일환이라 하겠다. 필자는 ‘여성과 경제발전 60년’(가칭)을 집필했고, 지난주에는 초고에 대한 검토 회의가 있었다. 주제가 경제발전 60년을 기록·평가하는 것인 만큼 대부분의 논평자는 경제학자들이었다.

여성인력의 양성 부분에서 여대생이 많이 늘었으나 전공이 별로 다양해지지 못했다는 기술에 대해 이 현상이 왜 문제가 되는지 설명해달라고 한다.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인 특성이 다른데 서로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진출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뜻이다. 전공은 향후 직업과 연결되기 때문에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고, 부모나 학교의 진학지도 과정에 아직도 여성에게 적합한 전공이라는 편견이 작동하고, 공대 등의 경우 교육과정과 교육환경 등에서 여학생 친화적이지 못한 부분이 남아 있고, 우리나라의 전공 다양화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 상황으로 기술할 수 있다고 하니, 그제야 수긍하며 그런 내용을 본문에 자세히 기술하라고 한다.

나아가 양성평등 사회란 어떤 사회인지 설명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예컨대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50%인 사회인지, 아니면 OECD 평균수준이 되어야 하는지 등의 식으로 말이다. 성평등은 가치인데 가치를 어떻게 계량화하라는 말인가?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성평등 사회로 가기 위한 정책들이 실효성 있는지, 또는 그 과정에 성과가 있는지 등을 점검하기 위한 지표의 용도로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성평등 사회를 계량화하여 등치시키는 작업은 불가능하고 또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소득분배가 균등한 사회를 지향하지만, 이 사회를 하나의 지표로 보지는 않는다. 소득분배 상태를 측정하는 지수만도 지니계수 등 여러 가지이고 그것을 제시할 때는 반드시 그것이 갖는 한계를 함께 기술함으로써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과제로 여성 관련 법제의 실효성 강화, 여성부처의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장기적으로는 이런 법과 조직이 필요 없어지는 것이 성평등한 사회가 아니냐고 묻는다. 맞는 말인데 앞으로 최소한 60년 안에는 이것이 달성될 것으로 전망되지 않기 때문에 필요 없어지는 때가 더 빨리 오게 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필요하겠다고 답변하였다.

이번 일 외에도 최근 대외활동을 하면서 만나는 남성들로부터 “이제 여성문제는 다 해결되지 않았나” “아직도 뭐 할 것이 있나?” 하는 반응을 심심찮게 경험한다. 행정고시나 사법연수원 성적 등에서 여성이 약진하고 일부 중산층 여성의 삶이 편안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렇다보니 여성정책에 대한 저항과 적대감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전반적인 임금격차 수준에서 알 수 있듯이 다수의 여성은 비정규직, 한 부모 가구주, 구직 단념자로서 존재한다.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육박하지만, 성평등 수준에서는 OECD 최하위권인데, 왜 다 되었다고 하는지.

돌아오는 길에 오늘 토론이 얼마나 유익했나 곰곰 생각해보았다. 새로운 정책제안을 위한 아이디어는 별로 얻지 못했다. 여학생의 전공 편포 현상을 비롯해  ‘단골’ 여성문제의 경우 그 심각성이나 원인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앞으로는 사전적으로 동의되었다고 생각했던 부분까지 일일이 설명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편하게(?) 연구했던 셈이고 세세하게 대응 논리를 찾다보면 그 과정에서 어쩌면 더 좋은 여성정책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가라앉은 마음을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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