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나는 여성신문 명예기자로서 한국문화 체험 답사를 다녀왔다.

나는 입국 11년이 넘었고 줄곧 상록수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 한국에 올 때만 해도 꿈도 많고 희망이 넘쳤다. 살기 힘들어 앞만 보고 허겁지겁 달려와 답사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하던 공부까지 팽개치고 서울투어에 무작정 나섰다.

문화답사는 광화문에서 집합해 경복궁, 남산 한옥마을, 국립중앙박물관, 서울타워 순으로 이어졌다. 답사 중 나는 내내 살아온 삶의 어제와 오늘이 뒤엉켜 설레었다.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경복궁의 화려함은 할 말을 잊게 했고 더불어 긍지도 느꼈다. 남산 한옥마을에서는 한복, 사랑채, 부뚜막, 옛 손때 묻은 함지 등을 보며 순수 대한민국의 고유의 풍습을 실감했고 옛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또한 통나무를 파서 만든 함지를 보는 순간 돌아가신 어머니가 사용하시던 함지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미처 생각 못한 고향 생각도 더듬게 했다.

다음엔 중앙박물관에 이르렀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10층석탑이 한눈에 들어왔다. 안내를 따라 고려청자, 최초의 금속활자본, 대동여지도 등을 관람했다. 이 모든 것은 실로 생동감을 주었다. 다음은 서울타워 전망대에 올라 유서 깊은 서울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뿌듯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내 눈이 왜 둘밖에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관람하고 싶은 것은 풍년인데 눈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문화교육에 그만큼 목말라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 좀 더 많으면 우리 이주 여성들의 한국 삶이 좀 더 조화롭고 윤택해지지 않을까.

하루의 답사 일정이었지만 시간에 비해 많은 것을 체험한 시간이었다. ‘일거양득’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한국문화도 배우고 여성신문사도 알고 좋은 인연도 만나게 되어서 참으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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