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법 5년…아직도 문제인식 수준 낮아

올해로 성매매방지법 시행 5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법 시행 초기부터 집결지 개입활동을 시작으로 성매매 피해 생존 여성들을 위한 각종 지원과 보호정책을 통한 다양한 노력들은 결과적으로 많은 성과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 이슈는 여전히 소통하기 어려운 주제다. 물론 법 제정으로 한 번에 모든 사람의 의식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성매매 행위가 위법인 줄은 알지만 여전히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폭력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장 활동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구조적으로 처한 상황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즉 성매매 이슈는 이를 둘러싼 정책결정자, 국가기관의 행위자, 인적 및 물적 자원들을 소유한 사람들, 일반 시민 등을 대상으로 지지와 자원을 동원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들에게 이러한 관점을 납득시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일 뿐 아니라 상당한 시간을 소요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에 비해 동일한 폭력인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는 성매매 문제와는 매우 다르다. 대개의 경우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은 그 가해자와 피해자가 뚜렷하다고 생각하지만, 성매매는 개별적 선택의 결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생각은 오직 ‘선택’ 아니면 ‘강제’ 라는 이분법으로 고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인권이란 단지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나 권리를 가진다는 보편적 인권 명제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인간다운 것, 즉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이 제기된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동물이나 여타 존재와 구분되는 ‘그 무엇’에 대한 해답을 우리는 이성이라고 생각해 왔다.

따라서 대다수의 인권담론들도 이러한 인간 이성을 근거로 그 논리적 토대를 구축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인권정초주의만으로는 설득이 부족하다. 상대가 인간이기에 필수적인 기본 조건에, 즉 이성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그를 자신과 동일한 인간으로 볼 수 없게 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성 철학자 해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인간이기에 인권이 존재한다는 개념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인간이라는 공통점만 제외하고 다른 특성과 구체적인 관계를 잃어버린 사람들과 처음으로 직면한 그 순간 바로 무너져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즉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순간 이처럼 진짜 인간 대 가짜 인간의 구분이 작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인권의 진보는 이성보다는 문화적이며 감성적인 경험과 교육을 통해 더 잘 이뤄져왔다. 즉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도덕 교육보다는 감성에 의존하는 감수성의 증진에 더 기대어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즉 타인에 대한 감정의 수용, 감성적인 소통으로 인해 얻어지는 이해와 배려가 인권에 대한 의식변화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에겐 너무나도 낯선 성매매 여성의 문제는 이들의 행위가 결코 일시적인 선택의 차원이 아니고,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주변으로부터 한 번도 지지나 도움을 받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가출로 이어져 성폭력에 노출되면서 결국 성매매라는 종착점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 이들의 선택이 결코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합리적 선택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친숙한 것을 통해서만 비로소 가짜 인간에 대한 구별을 없앨 수 있다. 이러한 구별은 문화적 경험, 일상적 활동, 친밀한 관계 등에서 얻어지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경험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무기력해진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값싼 동정심에 호소하거나 자비를 구걸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런 감수성은 서로 다른 조건과 다양성이 전제되는 가운데서도 공통점을 발견하고 공감하면서 비슷한 감정을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성매매 피해 여성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가족, 결혼, 직장,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자신의 지지자를 갖고 싶어 하고 안정된 생활 속에서 사랑을 주고받고자 하는 평범한 욕망을 추구할 것이다.

여성의 삶, 나아가 인간의 삶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단순화된 구조가 아니다. ‘강제’ 혹은 ‘자발’보다도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삶들의 층위가 얽혀 있고 다양한 욕망과 상황이 존재하는 삶이다. 상대방이 나와 다른 ‘그 지점’은 복잡하게 얽혀 가로지르는 다양한 삶의 많은 층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런 삶을 이해하게 하는 것이 분절된 선택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준다.

인권은 맥락적이다. 인간의 모든 상황을 뒤로하고 인간 본성의 동일성이나 인간 이성의 공통성을 주장하기보다는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처지, 욕망, 행위, 조건들 가운데 상호 유사성을 찾아내고 이 점을 공감할 수 있는 감성적 소통과 훈련을 통한 공존을 모색하는 방식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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