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연구서 ‘고위직할당’‘여성담당관제’ 임의삭제
고위직 여성 공무원 2.3% 불과, 여전히 낮은 비율
의사결정권 없어 여성권한척도도 세계 하위권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최근 한 용역보고서에서 여성 공무원의 고위직 진출을 위한 제안 내용을 임의로 삭제, 변경해 지난 13년간 쌓아온 양성평등채용목표제의 취지를 무위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는 여성부와 공동으로 올해 초 ‘정부 내 급속한 성비 변화에 따른 종합적 공직관리방안 연구’ 용역을 한국행정연구원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7월 20일 최종 승인을 내렸다. 하지만 6월 초 제출됐던 원본의 ‘여성고위직 할당제’와 ‘여성담당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7월 말 정부가 승인한 최종본에는 임의로 삭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담당 연구원에 대한 정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이 최규식 민주당 의원과 몇몇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행안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문제가 됐던 여성고위관리자 할당제는 최종 보고서(109쪽)에 포함돼 있으며, 수정된 부분은 연구원이 스스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성담당관제’에 대해서는 최종본에 ‘남녀 모두 별도의 전담기관 설치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로 돼 있어 사실상 해당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최규식 의원 측은 연구자 보호를 이유로 입수한 원본과 수정본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행안부가 여성고위관리자 할당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여성관리자임용목표제를 5급에서 4급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일 뿐 여성고위관리자 할당제에 대한 내용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며 당초의 문제제기가 모두 사실임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마감일에 원본을 제출한 이후 공문을 보내 수정, 보완하라고 한 것이 외압이 아니고 뭐냐”며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행안부의 이 같은 시도가 양성평등채용목표제에 정면으로 대치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성비 불균형 해소를 위해 남녀 모두 최소 채용비율을 설정하는 제도다. 1996년 김영삼 정부 시절 공무원 임용 시 여성이 일정 비율 이상 되도록 여성공무원채용목표제를 도입한 것에서 비롯됐다. 세계적으로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여성의 사회진출과 대표성 제고를 위해 이러한 채용목표제를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는 추세다. 행안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의 고위직 여성 공무원 비율만 살펴봐도 핀란드 77%, 뉴질랜드 36%, 멕시코 35%, 포르투갈 34%, 영국 29%에 달했다. 반면 한국은 2008년 현재 3급 이상 일반 고위직 여성 공무원 비율은 국가직 2.3%, 지방직 0%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행안부는 이번 용역의 취지를 “최근 공무원 신규 채용 시 여성 비율이 급격히 증가해 향후 공직 내 성비가 균등해지는 상황이 예측돼 그에 적합한 새로운 공직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근거로 2016년에는 전체 공무원에서 여성 비율이 50%가 넘는다는 것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교사직이 포함된 수치다. 2%대에 머물고 있는 여성 고위직의 현실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여성 고위직 할당제와 여성담당관제에 대해서도 “여성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5급에서 4급 이상으로 여성관리자임용목표제 비율을 확대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라고만 답할 뿐이었다.

이에 대해 김대중 정부 때 행정자치부 초대 여성정책담당관을 역임한 황인자 전 서울시 가족여성정책관은 “행안부의 입장을 보면 여성고위직할당제와 여성담당관제를 마치 ‘우대’시책이라고 판단한 듯하다”며 “대부분의 여성 공무원들이 6급 이하 하위직에 포진하고 있고, 지금의 여성 고위직 비율은 쿼터제로 여성 비율 10%대까지 확대한 정치권보다 못한 수준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성부와 여성정책연구원은 이번 연구에 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만 하고 있어” 수수방관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여성부 관계자는 “행안부의 연구 목적이 여성을 따로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여성정책연구원의 해당 연구 담당자도 “전체적인 맥락을 봐야지 부분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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