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도덕성·소신 ‘집중 난타’
전문성·도덕성·소신 ‘집중 난타’
  • 김민정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9.25 13:45
  • 수정 2009-09-25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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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만 OK…야당 일제히
지명철회 요구, 인준 통과 불투명

 

9월 18일 국회 여성위원회에서 열린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왼쪽)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백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9월 18일 국회 여성위원회에서 열린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왼쪽)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백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지난 9월 18일 개최됐다. 장장 7시간에 걸쳐 5차 추가 질의가 이어지는 등 여야 청문위원들은 청문회 내내 열띤 공방을 벌였다. 논쟁의 핵심은 후보자의 여성관련 이력 전무와 이에 따른 전문성 부족, 부동산 투기·논문 중복 게재·아들의 병역문제 의혹에 따른 도덕성 문제였다. 청문회에는 국회 여성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 9명, 민주당 의원 5명(신낙균 위원장 포함), 자유선진당 1명, 민주노동당 1명 등 총 16명의 청문위원이 참석했다.

백 후보자는 인사말을 통해 “전문직 여성으로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면서 사회생활에서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체험”했음을 우선 강조했다. 특히 “여성계 경험이 전무하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1988년 당시 여성신문 창간 발기인,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대한가정학회 회장 등 여성·가족 관련 경력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정부 각 부처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성 관련 업무 조정기능을 강화하고 생활 밀착형 여성정책을 적극 개발”하겠다며 통합·조정 능력이 자신의 가장 큰 장점임을 부각시켰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백 후보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던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오늘 고생하실 것 같습니다”란 최영희 의원(민주당)의 ‘선전포고’를 시작으로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최영희·박은수(민주당) 의원, 곽정숙 의원(민주노동당)은 백 후보자의 부동산 의혹을 날카롭게 지적했고, 박선영 의원(자유선진당)은 아들의 병역문제를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

김상희·김춘진 의원(민주당)은 단단히 벼른 듯 백 후보자의 여성정책 전문성 부족을 강도 높게 꼬집었다. 김상희 의원은 백 후보자가 “여성부의 정체성과 여성정책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계신다”며 목소리를 높였으며, 김춘진 의원은 “장관이라는 자리는 이미 준비된 사람이 와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자리”라며 “준비된 자가 장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은 궁지에 몰린 백 후보자를 구하기 위해 옹호에 적극 나섰다.

손범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해양부장관 역임 등 관련 경력이 없음에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들을 열거해 가며 백 후보자의 여성계 경력 전무가 임무 수행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를 격려했다. 손숙미·이은재 의원은 논문 문제를 비롯해 각종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백 후보자가 해명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왔다.

손숙미 의원은 “장관의 자질이 어떤 여성계의 경험이 있고 많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얼마만큼 신속하게 업무 파악을 하고 또 부처를 장악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에 인사청문회의 검증 포인트를 두어야 한다”고 백 후보자를 옹호했다. 이은재 의원은 아들의 병역 의혹과 관련, 백 후보자가 궁지에 몰리자 손수 의료공단의 부담금 현황 자료를 찾아 제시하며 이런 자료를 활용할 것을 적극 권했다. 이정선 의원 또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백 후보자에 대한 지지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애주 의원과 김옥이 의원은 여당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백 후보자의 학기중 외유성 미국 방문 의혹과 병역 의혹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청문회에서는 크게 백 후보자의 전문성, 소신, 리더십, 도덕성 부분에 대한 검증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졌다.

백 후보자의 여성 과학자로서의 역량과 신망 받는 학계 경력으로 인해 리더십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무난하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전문성, 소신, 도덕성에 있어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낙제점”이라는 평가가 대세였다.

백 후보자는 여성부 정책에 대한 의원들의 계속된 물음에 ‘파악 중’이라며 두루뭉수리하게 답변했으며, 군가산점제, 혼인빙자간음죄, 간통죄 등 민감한 여성계 이슈에 대해서는 자신의 소신을 확고하게 피력하지 못했다. 더구나 용산참사 등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시종일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해 야당 의원들의 비판을 감수해야만 했다.

의혹이 제기된 부동산 투기, 논문 중복 게재, 아들의 병역문제 등과 관련, 백 후보자 스스로가 정확하게 해명하지 못해 도덕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조차도 의혹 해소를 위해 끊임없이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백 후보자가 “사생활”을 이유로 끝까지 응하지 않아 불신감을 더욱 키웠다. 여성위원회의 정식 요청에 따라 병역 관련 자료는 21일 오전에서야 겨우 제출됐다.

청문회가 끝난 20일 오전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백 번 양보하더라도 백 후보자에 대해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고, 다음날 여성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 역시 일제히 백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21일 여성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백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27일까지 경과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10일 이내에 별도의 조치 없이 임명할 수 있게 된다. 9월 24일 현재 백 후보자에 대한 인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이날 방청석에는 백 후보자가 내정된 직후부터 반대 성명을 쏟아냈던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상임대표와 한국여성민우회 권미혁 상임대표가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여성위원회로부터 방청 허가를 미리 받았지만, 청문회 시작 직전 피켓 시위를 벌여 잠시 청문회장 입장이 저지되기도 했다.

한편에선 대한가정학회, 한국영양학회,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등 백 후보자를 응원하는 단체 관계자들이 상당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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