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변해야 산다"
영국 사례 제시…뚜렷한 해결책 촉구
스포츠계의 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자는 목소리가 선수와 지도자, 스포츠 행정가 등 체육인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대한체육회 주최로 공청회가 개최됐다. 이에리사 선수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공청회가 열린 가운데, 체육인들은 스포츠계의 폭력과 성폭력에 대한 예방과 대처를 담은 스포츠 인권보호 가이드라인을 논의했다. 최근 불거져 나온 국가대표 배구선수팀 폭력사건에 대한 시각 차도 분명했다. 공청회에 참가한 일부 체육인들이 ‘지도자들이 매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제기하는 등 논쟁도 뜨거웠다.
대한체육회는 올해 5월부터 스포츠인권보호 가이드라인 제작 TF팀을 꾸려 선수폭력 가이드라인, 선수성폭력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왔다. 박교선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연구관의 발제로 제시된 선수폭력 가이드라인은 학생용, 초중등학교 지도 감독자용, 일반(대학) 선수 및 지도자용, 스포츠행정가 및 기관용으로 분류돼 폭력의 구체적 예, 분쟁 조정과 폭력 가해자에 대한 조치 등을 담았다. 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의 발제로 제시된 선수성폭력 가이드라인은 피해 신고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실태를 보이고 있는 운동부 내 성폭력 특성을 짚고, 가해자 제재 및 예방지침을 넣었다.
눈길을 끈 것은 가이드라인의 좋은 사례로 제시된 영국의 스포츠 아동보호 기구(CPSU)의 행동강령.
류태호 고려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행동강령이 명확하게 ‘반드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매년 지도자들에게 폭력 및 성폭력 교육을 실시해 교육 이수를 하지 않으면 지도자 진입과정에서 배제한다. 한 여성 코치는 “엘리트 체육 교육이 우선시 되는 분위기라 체벌과 성폭력 예방이 어렵다”고 토로하며, “가이드라인에 구체적인 조항들이 더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대한체육회는 의견을 모아 올 11~12월께에는 가이드라인을 확정지어 배부하며 선수폭력 예방 및 근절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