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나 홀로 안식여행’ 떠나는 여성들

“부러워 죽죠!”

이제, 한국의 기혼 여성들은 명절 연휴에 차례상을 차리는 대신 여행을 떠나고 있다. 나 홀로 혹은 여성들끼리. 매년 적어도 설과 추석, 두 차례 명절 스트레스를 겪는 대부분의 기혼 여성들에게는 아직은 “꿈같은 얘기”이고 그 자체로도 “일탈”이다. 그러나 불가능해 보였던 꿈에 도전하거나, 이미 실현된 지 오래여서 더 이상 꿈이라 말하지 않는 여성들이 분명 늘어나고 있다.

은퇴 후 제주에서 여성 전용 민박집을 운영하는 정영희(59)씨에 따르면, 추석 연휴에 민박집을 채우는 여성들은 40대 이상 기혼의 나 홀로 여행족들이다.

올해도 이 여성들에 의해 방 예약은 일찌감치 끝났다. 정씨는 “여기 오는 분들이 명절에 시댁과 남편을 나 몰라라 하며 막무가내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분들은 아니다”면서 “일하는 여성들이 혼자만의 휴식, 재충전을 하려다 보니 명절 연휴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어서 그는 “그래도 (일을 해도) 우리 사회에서 명절에 기혼 여성이 혈혈단신 여행을 하는 게 쉽지는 않다”면서 “명절에도 씩씩하게 큰소리치면서 혼자 여행 올 수 있는 친구들은 3박자를 갖춘 것 같다”고 말한다. 즉, 경제력, 이해심 많은 남편, 열린 마음을 가진 시부모 말이다.

“차례상은 어떻게 하고 왔느냐고 물으면 ‘이번엔 남편한테 맡기고 왔다’고 씩씩하게 대답해요. 또 시어머니 용돈도 많이 드리고 할 거 다 하고 왔다고도 하고요.”

이형숙(가명·49)씨는 이번 추석에 9명의 다른 여성과 중국으로 백두산 여행을 떠난다. 그는 이번에 가족 아닌 다른 여성들과 명절연휴에 여행을 가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시댁과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자유로웠던 외국 체류 시절의 행복감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어서”, 둘째는 “명절 아니면 시간이 없어서”란다.

세 자녀의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맏며느리인 이숙진(46)씨 역시 이번 추석 연휴에 가족이 아닌 다른 여성들과 사회적 기업 ‘MAP’의 ‘추석에 떠나는 공정여행, 안나푸르나 7박 8일 트래킹’ 여행을 간다.

평소에도 가족 아닌 이들과의 여행을 즐겼지만 “시부모님은 외국 출장으로 알고, 남편은 제대로 아는” 명절 여행을 처음 시도한단다. 시댁과 분가한 지 얼마 안 되는 그는 이번 여행에서 “시댁과 힘들었던 일들을 치유하고, 앞으로의 인생 계획도 세우면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또 자식들에게 “아빠처럼 엄마도 여행을 혼자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