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 반영 미흡한 민법 개정안 아쉬워
전문법관 육성·아동복지기관 연계 등 현실기반 구축을

흔히들 어렵다는 법을 생계수단으로 삼아 온갖 갈등과 분쟁의 틈바구니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시간들이 어지간히 쌓였나보다. 법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부족한지, 하지만 얼마나 중요한지 깊게 고민하게 만드는 여러 사건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보면 말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법이 만들어지고 해석되어 적용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가족의 모습은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법무부는 지난 18일 1차 민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면면을 들여다보니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시민사회 내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보다 더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별도의 개정안을 내거나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서 획기적인 내용은 ‘성년후견제도’의 도입으로 대표되는 후견제도의 전면적 개선이다. 이름도 낯선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대신 성년후견, 한정후견개시제도를 도입하여 장애인, 노인 등으로 그 적용 대상을 확장하고, 후견의 정도도 능력에 맞게 조절 가능하게 하며, 비단 재산적 행위 외에도 치료, 요양 등 복리에 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제도의 변화에 맞추어 후견인제도 역시 대폭 수정된 내용을 담고 있다.

성년후견과 미성년후견으로 크게 나뉘게 돼 있는 후견인제도는 공히 지정되지 않으면 법정후견이 개시되어 혈연 중심으로 정해진 순위에 따라 정해져서 현실적인 친밀도, 양육 현황 등이 반영될 여지가 없었던 불합리한 규정들이 모두 삭제됐다. 또한 허울뿐인 친족회에 관한 규정이 삭제되고 후견감독인제도가 새롭게 도입된 점, 그리고 감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후견인의 가족은 감독인으로 선정될 수 없다고 명시한 점 등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이번 민법개정안은 후견에 관한 수십 개의 조항을 전면 개정하면서 성년후견과 미성년후견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으나, 미성년 후견에 관한 규정들을 살펴보면 앞선 불합리한 점들의 개선 외에도 아동의 권리를 근간으로 하는 친권, 양육권, 후견에 관한 논의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일례로 성년후견인은 한 명 이상을 정할 수 있고, 자연인이 아닌 법인도 가능하며 피후견인의 의사가 충분히 고려돼야 하는 반면, 미성년 후견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도록 정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자녀의 보호와 관련하여 부모의 권리라는 관점을 인용하여 친권, 양육권이라는 제도를 두고 후견은 보완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논의되는 방향은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하여 친권과 후견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아가고 있다.

법 개정은 그 절차의 복잡성과 안정성에 비추어 자주 이루어질 수도,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따라서 이번 후견인제도에 대한 전면개정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미성년 후견에 관한 새로운 논의 및 그 결과가 반드시 반영돼야 할 것이다. 후견제도에 대한 전면적 검토가 이루어지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이 상당한 힘을 얻었으나, 정부의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논의의 집결이 훨씬 용이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제도의 변화로 가정법원의 적극적 개입 여지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 개정 없이도 자녀의 보호, 양육과 관련하여 친권, 양육권 및 후견에 관한 법원의 입장은 조금씩 변화해왔다. 실례로 한 국회의원이 이혼 시 자녀의 양육방법과 관련하여 부부 공동양육을 권장하는 내용의 민법개정안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현행법 아래서도 충분히 가능하고 이미 채택되고 있다. 필자가 담당했던 한 사건의 경우에도 재판장이 세 번에 걸쳐 조정 기일을 정하여 당사자들을 설득하여 공동양육을 선택하게 했다.

가정법원의 후견적 기능의 강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민법개정과 함께 전문 조사인원 확충, 전문 법관의 육성, 아동복지 관련 기관과의 연계, 의식전환을 위한 재교육 등 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현실적 기반을 구축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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