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4개 여성기구 통합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
2010년 중반 새 기구 출범…수장은 사무차장급
내년 중반 출범이 예정된 새로운 여성 기구의 수장으로는 사무차장급의 지위가 신설된다. 사무차장은 사무총장, 부사무총장에 이은 유엔 조직 내 서열 3위의 직급. 유엔총회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새 기구의 조직도와 기금 조성, 운용 감독을 위한 이사회 구성 등 세부사항에 대한 포괄적인 제안을 마련하도록 요청했다.
현재 유엔 산하에는 여성개발기금(UNIFEM), 사무총장 여성특별 보좌관실(OSAGI), 여성지위향상국(UNDAW), 국제여성연구훈련원(INSTRAW) 등 4개의 주요 국제 여성기구가 있다. 하지만 이들 기구는 사무차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유니세프(UNICEF)나 유엔인구기금(UNFPA), 유엔난민기구(UNHCR) 등 여타 기구에 비해 정치적·경제적 파워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5일 성명을 통해 “유엔총회의 결의안 채택이 매우 만족스럽다”면서 “이번 결의안은 유엔의 양성평등과 여성 역량 관련 업무의 강화뿐 아니라 발전을 위한 조직 활동의 효과적인 구조에 있어서도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9명의 사무차장을 비롯해 유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을 주요 직위에 기용해왔다. 임기 동안 주요 고위직 여성 비율을 40%까지 증가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의안 채택에 대해 UNIFEM은 14일 유엔총회의 만장일치 결의를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는 기존의 유엔 조직 하의 성차별과 도전에 대처하는 중요한 전진이다. 이번 통합이 실현되면 성평등과 여성역량 측면의 권한이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다가올 총회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의 지휘 하에 새 기구를 위한 제안 마련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샬롯 번치 미 룻거스대 여성글로벌리더십센터 소장은 국제인터넷통신사 인터프레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결의안 통과는 여성의 권리를 위한 위대한 승리”라고 표현하고 “베이징 유엔세계여성회의 15주년을 앞두고 결정된 새로운 양성평등기구 탄생 소식에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영국의 국제빈민구제단체 옥스팜의 젠더 캠페인 대표를 맡고 있는 다니엘라 로스체는 통합적 여성기구의 필요성을 인정한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몇몇 회원국들이 새 기구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에 통탄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이 기구는 유엔 관료 조직에 한 획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권익 향상과 관련된 의사결정 및 프로그램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기문 사무총장의 강력한 후원과 추진력을 촉구했다.
이번 결의안 채택은 3년간에 걸친 정치적 공방 끝에 이뤄진 결실이다. 여성 문제를 총괄한 통합 기구 구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07년부터다. 유엔 조직에 여성부문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여성계에 형성되면서 급기야는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유엔 회원국과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형식의 문건이 전 세계 162개 여성단체의 서명 하에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이 문건은 현존하는 여성 관련 기구들을 한데 묶어 사무차장급이 총괄하고, 각국 유엔기구에 여성문제 자문관을 두어 국가 현장에서 유엔 정책에 대한 성주류화를 실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서 2008년 2월 26일 16개의 비정부기구가 모여 유엔의 여성 통합기구 설치 운동을 지원하는 ‘양성평등 구조 개혁’(GEAR) 캠페인을 발족시켰다. GEAR은 “지난 30년간 여성단체와 여성운동은 유엔의 지원 하에 평화와 안전, 인권, 양성평등, 여성역량 강화 등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에 따라 여성을 위한 상당한 진보가 이뤄졌지만 각국 정부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이나 베이징대회 행동강령, 그외 유엔 회의에서 요구하는 여성 인권 향상 노력에도 실패했다. 특히 유엔에는 미래를 위한 효과적인 구조가 부족하다”며 웹사이트상에 캠페인 취지를 밝히고 있다.
GEAR은 새로운 여성기구의 필요성을 알리고 탄생을 지원하는 활동을 계속했다. 그 결과 올해 3월 그 유엔의 여성 관련 부서 및 산하기구를 통합해 새로운 기구로 재편해야 한다는 제안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이름으로 유엔총회에 제출됐다.
GEAR은 국제가족보건복지연맹(IPPF), 여성환경발전기구(WEDO), 새로운 시대 여성을 위한 발전대안(DAWN), 여성인권과 성평등문화운동(AWID), 글로벌 리더십 센터(CWGL) 등이 주축이 되어 시작했으며, 현재 300여 개의 전 세계 비정부기구가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