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영양학자 출신 여성부 장관 내정자 둘러싼 자질 논란

백희영 여성부 장관 내정자를 둘러싼 자질 시비 논란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성계에서 시작된 논란은 여성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고, 이에 반해 백 내정자 지지론도 서서히 일고 있다.

3일, 개각 시 백 내정자의 식품영양학자, 대한가정학회장, 한국영양학회장 등의 프로필이 공개되면서 여성계는 일제히 반대논평을 쏟아냈다. 여성단체연합은 “여성정책과 여성 관련 경력 전무”를 들어,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는 “식생활 분야 전문가가 여성부를 총괄하는 수장으로 적합한지 의문”이라는 이유를 들어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여성유권자연맹 역시 청와대의 인선 배경을 들고 “여성부 역할에 대한 폄하와 함께 이해가 부족하다”며 “여성부 장관은 다른 어느 부처의 장보다 여성문제에 대한 소신과 전문성, 여성계와 민간단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정치력이 필요”하기에 장관 내정을 재고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전국여성연대는 단적으로 “여성부가 생긴 이래 가장 성차별적인 (장관) 인선 배경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진보신당 여성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의 “천박한 여성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냉소했다. “여성부 무력화” 의도라는 음모론도 등장한다.

백 내정자의 전문성 논란에 대해 “여성운동가만 여성부 장관 해야 하나. 한식 세계화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고”라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은 이 논란에 한층 불을 지폈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인 사실을 들어 백 내정자의 발탁에 김 여사가 일정 역할을 했는지 추측까지 나오는 실정.

반면, 백 내정자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밀접한 관련을 맺어온 여성과학계는 좀 다른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한 신문의 칼럼을 통해 “이번 인선은 달리 보면 여성 과학자의 발탁”이라며 “이공계 기피가 국가적 난제로 떠오르고, 여성 과학자가 날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고위직 롤모델의 제시는 심오한 정책적 의미를 갖는다”고 옹호한다. 백 내정자가 재직 중인 서울대에선 1970년대 서울대 가정대 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며 시위를 하다 제적까지 당한 그의 이력을 들어 “진보적 리더십과 대단한 용기를 갖췄기에 여성 업무 역시 잘 해낼 것”이라 낙관한다. 장관의 자질에 있어 전문성 못지않게 부처 간 조율·추진 능력이 중요하다는 일반론도 고개를 든다.

가정학계에선 전임 회장인 백 내정자를 둘러싼 갑론을박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 분야가 세분화돼 있기도 하지만, ‘한식 세계화’ 맥락에서 여성부 장관 내정자를 인선한다면 식품영양학자가 아닌 조리과학 분야에서 후보를 뽑았어야 하지 않나란 의구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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