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女幸) 매트릭스’ 토론회…서울여성 “정규직·일-가정 병행” 원해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 서울여성가족재단, 여성신문사가 후원한 ‘서울, 매트릭스로 여성을 읽다’ 토론회가 지난 7일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가운데, 조은희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이 ‘여행(女幸) 매트릭스의 의미와 구조’를 발표했다.
‘여행 매트릭스’란 여성 관련 변수들을 교차 분석해 도시 여성들의 다층적인 생활 경험을 발굴하는 것으로, 도시 여성의 다양한 정책 수요를 파악하고 여행 프로젝트 사업 발굴 및 사업 다각화를 위해 실시됐다.
구체적으로 취업·혼인 여부, 자녀 유무, 계층, 연령, 장애, 성적 정체성 등의 변인을 교차분석했으며, 서울시 거주 여성 60명, 15개 집단을 대상으로 2009년 6월부터 7월까지 초점 집단면접 조사(Focus Group Interview)를 실시, 일자리, 생활경제, 일·가정 양립, 돌봄, 여가문화, 건강, 안전, 주거 등의 내용을 파악했다.
조사 결과, 연령별, 혼인·자녀, 취업, 장애 및 이주 여성별로 다양한 필요와 경험이 파악됐다. 먼저 연령별로는 10대의 경우 ‘10대만의 문화시설’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
20대는 ‘정규직 취업’에 대한 요구가, 30대와 40대는 ‘일·가정 병행 어려움’이 가장 컸다. 50대와 60대 이상 연령에서는 ‘연금 혹은 경제적 자립’에의 욕구가 많았고, ‘지하철 계단 이용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혼인·자녀별로는 비혼·이혼·재혼·사실혼 여성의 경우 ‘생계를 책임지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한편, 결혼의 남성 중심성 및 이혼녀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이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불임·무자녀 여성의 경우 ‘불임 시술 비용 및 심리적 부담’이 많았다.
취업 상태별로는 비정규직의 경우 급여와 업무 차별, 무시, 장시간 노동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도 ‘비정규직으로라도 일하기 원한다’는 응답이 많아 일자리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급 가족종사자 및 영세사업자의 경우 ‘나이 제한 없이 취업을 원한다’는 의견이 눈길을 끌었다. 미취업·경력단절 여성의 경우 ‘급여가 보장되면서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근무시간’을 꼽았다.
장애 여성의 경우 생활경제면에서 대부분 ‘수입이 거의 없고 생활보조금 및 가족의 지원’으로 지내고 있었으며, 장애인 근로를 하는 경우에도 임금이 낮고 단기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거적인 면에서 ‘영구 임대주택을 분양받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는 의견이 관심을 모았다.
또한 대부분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거의 없다’고 응답해 저상버스가 장애인에게 대중교통으로서 편의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 여성의 경우 ‘노동 강도가 강한 생산직’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고, ‘컴퓨터 수리 및 조립, 미용, 요리’ 등의 취업교육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여가·문화적인 면에서 본국 관련 문화행사를 개최해 줄 것을 원했으며, 아이가 아프거나 본인이 아플 때 통역 서비스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은희 정책관은 “겉모습만 그럴듯한 정책이 아닌 전체적인 구도를 갖춘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번 실태 조사 이후 보다 구체적인 정량 조사를 실시해 타깃별 정책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역시 “매트릭스를 통해 그동안 묵과돼 왔던 여성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시 여성정책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여성들의 욕구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아우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여행 매트릭스가 좋은 브랜드가 되려면 그에 맞는 (정책)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