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내각 보건장관에 임명…이슬람 전통 중시 보수 강경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개혁파 달랠 ‘여성’ 카드로 해석
이란 의회는 지난 3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집권 2기 첫 내각에 대한 인준표결을 실시, 21명의 장관 내정자 중 18명을 통과시켰다. 부결된 3명은 또 다른 여성 장관 내정자였던 수산 케샤바르즈(교육장관)와 파테메 아졸루(복지·사회안보장관), 그리고 에너지 장관 내정자인 모하메드 알리아바디다.
장관 지명이 확정된 후 그는 “오늘 마침내 ‘여성 장관’이라는 여성들의 오랜 꿈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여성들을 위한 중요한 진보이며 저는 이에 긍지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또한 “여성들은 이 나라의 내정에 더 큰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남녀가 함께 일하는 곳에서 기적이 일어날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산부인과 의사 출신인 다스트제르디는 1992년과 1996년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1997년 여성·가족·청소년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가 보수적인 이란 의회의 인준표결을 찬성 175표라는 높은 지지로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시 강경 보수파의 일원이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초강경 보수 일간지 편집장의 아내이기도 한 그는 이슬람 전통을 중시하며 “여성의 역할은 이슬람교와 남편, 이슬람공화국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경건한 어머니”라고 묘사하는 인물이다.
국회의원 재직 시절인 1998년에는 ‘여성은 여성에게, 남성은 남성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성별 분리 건강센터 설립을 제안해 의료계의 비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이혼과 양육권, 낙태의 권리를 제한하는 엄격주의 법률에 찬성표를, 이란의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가입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1959년 테헤란에서 태어난 다스트제르디는 이란 적신월사(이슬람 국가의 적십자사에 해당) 대표였던 세이폴라흐 바히드 다스트제르디의 딸이다. 테헤란 대학에서 13년간 교수로 근무하며 6년간 간호 및 산부인과 학과장을 맡아 여성의 병과 관련된 많은 책을 집필·번역하기도 했다.
애초에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3명의 여성 장관 내정자를 지명한 것은 개혁파 달래기를 위한 카드로 파악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12일 실시된 제10대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에 승리했으나 부정선거를 비판하는 반정부 시위에 시달려왔다. 아마디네자드의 주요 경쟁자였던 무사비 후보가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는 이의를 제기했고 무사비를 지지하는 대학생 및 젊은이들이 주체가 된 대규모의 시위가 일어난 것. 이에 정부가 무력진압으로 맞서자 시위는 단순한 선거 부정 시비가 아닌 현 이란체제에 대한 불만 토로의 장으로 변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이란인에게까지 확대됐다. 개혁파의 선거운동과 거리시위에는 여성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그러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여성 장관 지명은 보수파와 개혁파 양쪽에서 지지를 받지 못했다. 보수파는 “여성의 관리능력에 의문이 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개혁파는 이들 여성이 강경 보수파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렇지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여성후보가 거부된 교육장관에 또 다른 여성인 파테메흐 알리아 의원을 다시 지명했다.
한편, 이란의 여성들 사이에서는 무사비 후보의 아내로 남편의 선거운동뿐 아니라 선거 이후 거리시위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온 자흐라 라흐나바드에 대한 강력한 지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