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 수보다 ‘실천’이 문제다
여성정책, 수보다 ‘실천’이 문제다
  • 유순희 / 전국여성지방분권 네트워크 집행위원장
  • 승인 2009.09.11 10:43
  • 수정 2009-09-11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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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여성은 더 고달파
영세기업, 비정규직 여성일자리 더 문제
여성부 여성친화 기업문화 성과 궁금해
언젠가 한 선배 언론인이 지금으로부터 30여 년도 훌쩍 넘은 과거시절에, 똑같이 입사해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남성 기자들에 비해 자신의 호봉이 낮은 것을 이의제기해 부당한 임금체계를 개선한 경험을 이야기 한 게 생각난다.

몇 번의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참으로 먼 옛날의 일이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일까. 아직도 여성의 임금이 평균 남성임금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고, OECD 평균 남녀임금격차인 18.8%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구두 굽이 닳도록 뛰어다니고 팔목이 시큰거릴 정도로 열심히 일에 치여 살아도 ‘아직도’ ‘여전히’ 직장이나 사회의 주류 대접을 받고 있는 남성들의 노동의 대가에 비해 여성의 노동대가는 능력과 무관하게 천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뿐인가. 여성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일자리 정책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가 가동되고 이를 통한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자 수가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적으로 2만2000여 명이 넘는다지만, 아직도 미국발 경제위기 쓰나미 한파로 거리로 내몰린 여성 실업자 수가 부지기수이고 많은 직장여성들이 비정규직에 불안한 직장생활을 연명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7월 월평균 감소한 여성 취업자 수는 13만2000여 명. 같은 기간 남성의 새 일자리는 월평균 400개가 늘었다는데 여성의 일자리는 갈수록 감소, 30대 여성의 일자리가 월평균 13만 개 줄어 전체 여성일자리 감소 중 98.5%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새일센터’ 설치이후 몇 개월간 늘어난 일부 통계 수치가 여성 취업자 수의 전부는 아니지만 매월 일터를 잃고 있는 여성 직장인들의 수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아 정부의 갖가지 노력들이 너무나 더디고 답답해 보인다.

오늘도 부산하게 아침을 맞는 대한민국의 일하는 여성들, 과연 그녀들은 행복할까. 여성의 노동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그들의 일터는 얼마나 꿈과 희망의 공간이 되고 있을까 의문이다.

종내는 자아계발과 커리어를 쌓는 ‘나’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벅찬 현실 앞에 지금 당장 대다수 여성들에게 있어서 직장은 어쩌면 생계수단으로서의 의미가 더 우선일지도 모른다.

취약한 노동구조 속에서도 일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삶의 질이 더욱 윤택해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열악한 임금구조의 개선이나, 자녀 양육으로부터의 부담감 해소 등 여성들의 일터가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생산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 여성의 경제적 역할이 여러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는 이미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이제 더 나아가 여성의 경제활동이 스스로에게도 만족감과 행복을 주는 생산적인 활동이 되도록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2009 여성부의 정책목표도 ‘여성의 힘을 모아 경제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것이 아니던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절반의 여성들이 직장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더불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다.

정부도 지금쯤 그동안 쏟아 내놓은 여성정책들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계획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재점검해봐야 한다. 여성친화지수(Women Friendliness Index, WFI)를 개발, 기업의 ‘여성친화인증마크’를 도입해 여성친화적 기업문화를 조성하겠다던 야심찬 여성부의 계획이 순탄하게 이행되고 있는지도 점검해 볼 때다. 

아직도 관련법에 준해 근로자를 다루는 대기업 등 일부 고용환경이 좋은 기업보다 영세한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여성경제인구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직장이 진정으로 여성들의 행복지수를 안팎으로 높여줄 수 있는 공간이 될 때만이 비로소 여성의 경제활동 예찬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것이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미래를 여는 여성, 함께하는 평등사회’를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로 앞당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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