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사람들을 눈물짓게 한 영화가 있었다. ‘크로싱’이 단순히 픽션적인 영화였다면 사람들은 그렇게 눈시울을 붉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최근에 그 영화를 다시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진 것은 인권 사각지대 탈북민들의 안타까운 삶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번 기사를 통해 다시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북한에서 살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그들이 또 살기 위해 남한에서 침묵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삶 때문이다.

플레트 켈리의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라는 시를 보면 우리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 치부하는 가정에서 어떠한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지 말해주고 있다.

가정폭력은 가정 내 여성과 남성 사이에 상하관계가 존재한다는 인식에 기초하며 열등·우등한 존재 속에서의 지배형태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기준 속에 탈북 여성들은 기존 우리 사회의 ‘여성’ 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동등한 사람으로서 부인, 아내의 지위가 아닌 돈을 얻기 위한 하나의 도구적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또한 ‘우리보다 못사는 북한’에서 왔다는 편견으로 이들에 대한 폭력도 정당화한다. 여기에 한몫 더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무관심일 것이다. 마땅한 정책 하나 내놓지 않는 정부의 무관심, 개인적인 일이라 쉬쉬하는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탈북 여성들은 기댈 곳이 없이 원치 않는 침묵을 해야만 한다.

빠른 대책이 마련되어 그녀들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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