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트콤에 비친 아줌마 편견에 유감

한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 중에 ‘태희혜교지현’이라는 시트콤이 있다.

이 시트콤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한 동네 사는 또래 아줌마들이 시시콜콜한 서로의 일상에 관여하고, 간섭하고 다른 이웃에 대해 뒷담화하며 아줌마들 고유의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다. 등장인물들은 ‘누가 어쩌고저쩌고 그랬다며?’ ‘어머 어머 세상에…’로 시작되는 대화들로 하루를 시작하고, 또 마무리한다.

문득 한 선배의 고민과 이 시트콤의 장면이 겹쳐졌다.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며 전문직 여성으로 살아가는 그 선배는 육아 도우미 아주머니를 새로 구하면서 한동안 고생을 했다. 딸아이 둘을 내 아이처럼 살뜰히 키워주고, 친정어머니처럼 살림 전반을 챙겨줄 도우미를 구하려니 여간 어렵지 않았을 터.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한 것은 그녀가 전제한 조건이 ‘한국 아줌마가 아닌 조선족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육아 사이트를 통해 조선족 도우미에 대한 고민과 불만을 들어온지라 그녀가 내세운 조건이 의아하게 느껴졌다.

“말이 나올까봐 그러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하면 엄마들의 인간관계도 아이 친구 맞춰 새로 형성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러면서 남의 집 이야기를 화제로 수다를 떨어. 그 집 흉도 보고.”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 드라마에서 신명나게 조명하고 있는 아줌마들의 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남의 집 뒷담화였다. 한국 육아 도우미를 두게 될 경우, 동네 아줌마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이혼 사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사실 등이 알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던 것.

여자들은 수다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아줌마들은 서로 남의 집 뒷담화를 나누며 친해진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고 있노라면 여자들의 우정은 뒷담화로 굳건해지는 것 같은 착각마저도 든다.

갑자기 나와 친구들의 우정은 괜찮은 건지 궁금해졌다. 미혼 시절, 친구를 배신한 남자를 응징해야 한다며 밤늦게까지 복수혈전 계획을 세우고,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위해 십시일반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친구 가족의 대소사를 누구보다 살뜰히 챙겼던 우리.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 걸까? 돌아보니 우리 역시 수다의 상당 부분을 누군가 흉을 보며, 남의 이야기를 나누며 마치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듣는 것처럼 흥미로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시금 말을 아끼고, 긴장하고 있다. 뒷담화가 수다의 절반이 되는 순간, 누군가 흉을 봐야 대화가 풀리기 시작하는 순간, 오랜 우정은 빛을 잃어간다는 것을 직감하기 때문이다.

아줌마들의 우정이 뒷담화로 끈끈해진다고 말하는 시트콤에 동조하기엔, 우린 아직 건강하고, 열정 가득하고, 똑똑하지 않나싶다. 방송국 시청자 게시판에 잠시 접속해야겠다.

 “요즘 아줌마들은 뒷담화 없이도 우정 지키는 교양 정도는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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