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여성이 본 ‘대학생활’
‘대졸’이 보통인 한국 사회, 방송대 외국인장학금 덕분에 ‘열공’

한국에 온 지 13년이 지났다. 지금은 전남 장성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 방문지도사 일을 하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한국에 와서 제일 듣기 싫었던 말은 “어디에서 왔느냐”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한국 사람처럼 발음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고 나름대로 공부도 해 왔다.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보다는 뉴스를 즐겨 봤고 늘 사전을 들고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찾아가며 공부했다. 한국에 와서 한 달 정도는 한국어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잠도 잘 자지 않고 공부에 매진했다.

2년 전부터는 내가 배운 한국어를 외국인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보조강사로 봉사를 하게 됐다.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모르는 것은 가르칠 수가 없어 다른 선생님께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야 했다. 한국어를 가르치지만 역으로 내가 공부를 하는 것 같았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대졸’은 기본인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있어서 난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사실을 숨길 정도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재작년 한국어 보조 강사를 시작할 때는 이력서를 쓸 기회가 생겨서 ‘고졸’이라는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때마침 군청 직원분 소개로 일하면서 다닐 수 있는 방송통신대학교를 알게 됐고 열심히 준비해 입학을 하게 됐다.

일본에서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입학시험을 봐야 한다. 물론 추첨방식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 학생들은 시험을 치른다. 중학교 때 진로 결정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등학교 가서 취직할지 그 후 대학교에 진학할지 여부도 이때 결정해야 한다. 놀기 좋아하고 공부에는 취미가 없던 나는 상업고등학교로 진학해 졸업 후에 바로 은행에 취직했었다. 그랬던 내가 뒤늦게 대학에 간다고 하니 일본에 계신 부모님까지 놀라실 정도였다.

일본 사람이니까 한국인보다는 일본학 공부가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본인이어서 일본어 시험 성적을 A+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1학년 1학기까지였다. 일본학과는 일본어 공부보다는 일본 역사, 사회, 정치 등 문화 전반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모두 한국어로 가르친다.

나는 이런 사실은 모르고 입학하면 일본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던 부분이 없지 않았다. 한국어로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다른 인문학과가 부럽기도 하고 방송대에 일어일문학과가 없는 사실이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다.

1학년 때는 시험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 있어서 실망과 절망에 빠져서 “계속 다닐까? 다녀도 졸업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생각을 접게 해준 것은 내가 과 대표를 맡고 있다는 사실과 나를 밀어주는 친구들, 그리고 학과회장 덕분이었다. 2학년 1학기에는 학교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해서 학업에도 열중해 임원 장학금도 받을 수가 있었다. 장학금을 받고 나니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졸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다니는 지역의 방송통신대에는 현재 일본인이 10명 정도 공부하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는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전액 장학금을 주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길 희망해 본다.

앞으로 2~3년 더 다녀야 하지만 무사히 졸업할 수 있는 모습을 그리면서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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