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여성 원조항목 ‘녹색’ 원조로 바꿔
젠더책임관 두고 성평등 이슈 통합해야

우리나라는 2010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 내 개발원조위원회(OECD-DAC)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일이자 공여국으로서의 위치를 명백히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피식민지로서의 경험을 가진, 그리고 전쟁의 폐허 속에서 수원국이었던 나라가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그런데 공여국이 된다는 것은 빈곤한 저개발국에 원조액수를 늘리는 것 이상의 역할을 요구받는다. DAC의 회원국은 국제사회가 지구촌을 위해 추구하는 기본적 가치들을 대외무상원조사업(ODA 사업)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 OECD-DAC는 이미 1998년에 성평등 지침을 마련하여 회원국들에 권유해 왔고, 회원국들은 상호 점검을 통해 ODA 사업에 성평등 이슈 통합을 상호 촉진해 왔다.

DAC의 성평등 지침에 따르면 수원국과의 파트너십을 전제로 여성인권 보장, 여성빈곤 퇴치, 여성교육, 여성보건, 의사결정 및 환경개발에서 여성참여, 공공지출의 성별영향평가(성 인지 예산) 등이 중시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의 ODA 사업은 소규모인 것도 문제지만 지난 8월 27일, 신낙균 국회여성위원장(민주당)이 개최한 ‘대외무상원조 사업의 성 주류화 확대방안 토론회’에서 지적된 것처럼 성평등 이슈와 같은 범분야적 이슈(cross-cutting)에 예산 배정과 집행이 미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최근 원조 예산항목 중 환경과 여성원조 항목을 녹색원조 항목으로 바꾸고, 환경 및 여성팀을 폐지하는 바람에 성평등 이슈에 접근할 통로조차 잃어버린 상황이다.

외교부가 DAC 가입을 위해 성평등 조치의 필요성에 비로소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이는 선후가 뒤바뀐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가 중요하리라 본다. 외교부는 성평등한 원조의 필요성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부터 천명할 필요가 있다.

또 노르웨이처럼 외교부에 성평등 대사까지 임명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젠더 책임관을 지정해서 ODA 사업에 성평등 이슈를 통합해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성평등 조치는 형식적으로 흐를 우려가 있고 결과적으로 DAC 가입 이후에도 국제사회에서 계속 지적받을 것임이 분명하다. 외교부에 여성 공무원이 많아졌다고 하여 자동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부 차원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명실상부한 공여국으로 인정받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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