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14좌 등반에 성공한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대한산악연맹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8000m 이상의 히말라야 14개 봉우리를 모두 오른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17명에 불과하다. 이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출신 국가로는 우리나라와 이탈리아가 각각 3명으로 가장 많았고, 스위스, 멕시코, 폴란드, 스페인, 에콰도르, 카자흐스탄 등 다양하다.

1986년 세계 최초로 1944년생 이탈리아 출신인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가 14좌 완등을 끊은 이후 ▲예지 쿠쿠츠카(Jerzzy Kukuczka, 1948년 폴란드 출생) ▲에라르 로레탕(Erhard Loretan, 1959년 스위스 출생) ▲카를로스 카르솔리오(Carlos Carsolio, 1962년 멕시코 출생) ▲크리스토프 비엘리키(Krzystof Wielicki, 1950년 폴란드 출생) ▲훠니토 오이아르자발(Juanito Oiarzabal, 1956년 스페인 바스크 출생) ▲세르지오 마르티니(Serigio Martini, 1950년 이탈리아 출생) ▲박영석(1963년 서울 출생) ▲엄홍길(1960년 경남 고성 출생) ▲알베르토 이누라테기(Alberto Inurrategui, 1968년 스페인 출생) ▲한왕용(1966년 전주 출생) 등 총 17명의 산악인이 그의 뒤를 이었다. 첫 등반 이후 14좌를 완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최장 18년에서 최단 8년 정도다.

 최단 기간 완봉 기록의 주인공은 바로 폴란드의 예지 쿠쿠츠카(Jerzzy Kukuczka, 1948년생)다. 1979년 10월 4일 첫 등정 이후 1987년 9월 18일에 14좌 완등에 성공, 약 7년 11개월이라는 최단기간 등단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박영석 대장이 1993년 5월 16일 첫 등정 이후 2001년 7월 22일 완등해 두 번째 최단 기록을 세웠다. 그의 뒤를 이어 엄홍길(2001년 9월 21일 완등), 한왕용(2003년 7월 15일)이 차례로 14좌를 올라,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산악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2009년은 그야말로 ‘완등 러시’ 형국이다. 상반기에만 벌써 3명이 14좌 등정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카자흐스탄의 데니스 우르부코(Denis Urubko)가 5월 11일에, 독일의 랄프 두모비츠(Ralf Dujmovits)가 9일 뒤인 5월 20일에 16번째로 완등했다. 이어 가장 최근인 7월 26일 핀란드의 베카 거스파프슨(Veikka Gustafsson)의 완등으로 올해 상반기 완등 리스트 업데이트를 마쳤다.

이들이 8000m가 넘는 봉우리를 오를 때마다 드는 엄청난 비용과 고통을 무릅쓰고 산을 오르는 이유는 뭘까. ‘죽음과 맞서는 과정을 거쳐 정상에서 열반을 체험하기 때문’이라는 라인홀트 메스너의 말처럼 극한의 순간이 주는, 어떤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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