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 모녀의 너무 늦은 화해
티격태격 모녀의 너무 늦은 화해
  • 여성신문
  • 승인 2009.08.28 11:32
  • 수정 2009-08-28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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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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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다가와서일까. 극장가에 웃음과 감동이 어우러진 가족영화가 잇달아 선보인다. 엄마 없는 자매의 성장을 그린 ‘나무 없는 산’이 27일 개봉한 데 이어 언니의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태어나 모든 것을 희생해온 소녀가 부모를 고소한다는 내용의 ‘마이 시스터즈 키퍼’,  현대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인권을 이야기하는 ‘날아라 펭귄’ 등 다양한 소재의 가족을 다룬 영화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최강희와 김영애가 모녀로 등장해 화제인 영화 ‘애자’다.

‘애자’는 ‘마요네즈’ ‘ing...’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등 이전의 ‘모녀 영화’와 맥을 같이한다. 한국 땅에 사는 딸들에게 있어 모녀 관계는 특별하다. 영화 속의 철없는 딸과 티격태격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자신들의 엄마를 떠올린다. 모녀 영화에는 유독 환자도 자주 등장한다. 아픈 딸은 엄마에게 있어 평생의 업보고 아픈 엄마는 딸에게 “왜 더 일찍 좀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라는 후회를 남긴다. 모녀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대부분 영화 속에서 아버지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없는 그들의 가정은 자유롭다. 가부장 질서나 권위의식이 없는 가정의 엄마와 딸은 마치 친구관계와 같다.

영화의 주인공은 올해 스물아홉의 소설가 지망생 애자(최강희). 고등학생 애자는 비가 오는 날이면 학교를 빼먹고 바다에 시 쓰러 가고, 쉬는 시간이면 학교 옥상에서 담배를 피워대며 학생주임의 차를 발로 차 백미러를 부수던 ‘똘끼’의 소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하고 특히 글쓰기에 있어서는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학창 시절 ‘부산의 톨스토이’라고 불리는 ‘글발’을 자랑했지만 서른을 앞둔 애자의 삶은 녹록지 않다. 근성은 여전히 살아있어 남자에게 기대려 하지 않고 ‘언젠가는 소설가가 되겠다’며 자신만만해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바람둥이 남자친구에 산더미 같은 빚뿐, 글을 쓴다고 하지만 백수나 다름없는 삶이다. “니가 소설 써서 빤스 한 장이라도 사봤냐”며 윽박지르는 엄마의 구박에 반박할 말도 없다.

쉰아홉의 엄마 영희(김영애) 또한 이에 못지않은 열혈 여성이다. 여고생 불량배들에게 시비를 걸어 철창신세를 진 애자의 생이빨을 뽑아 피해자에게서 오히려 합의금을 받아내는가 하면 자신이 불리해지면 화투판을 뒤엎어버리기 일쑤다. 이렇게 불같은 성격의 두 사람이 만났으니 조용할리가 없다. 엄마의 눈에는 나이 서른이 되도록 제 앞가림도 못하고 결혼 기미도 안 보이는 사고뭉치 딸, 이쯤 되면 딸이 아니라 ‘웬수’다.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던 영화의 분위기가 반전되는 건 엄마의 암 재발 소식을 들으면서부터. 매일같이 대들기만 하던 ‘반항아’ 애자는 엄마의 죽음이 다가오자 충격에 빠진다. 수술을 포기하려는 엄마에게 “나 이렇게 아무것도 못해보고 그냥 보낼 수 없잖아!”라고 울부짖는다. 그리고 며칠 동안 엄마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면서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영화 ‘애자’는 모녀 영화의 성공공식을 따른다.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애증관계에 있던 모녀가 엄마의 병으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 그 안에는 웃음과 감동이 함께한다. ‘애자’가 상영되는 동안 극장 안은 웃음이 넘쳤고 후반부에는 훌쩍 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애자’가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일등공신은 웃음과 감동을 제대로 표현한 두 주인공 배우의 연기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 막바지에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은 군더더기처럼 느껴져 아쉽다. 관객들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 여운을 간직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점에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감독은 관객들이 눈물을 닦고 감정을 정리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일까.

감독 정기훈, 주연 최강희·김영애, 15세 관람가, 9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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