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인 ‘B급 연애’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 찾기
김현진 작가의 20대도 그러했다. 세상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졌고 모든 것에 패배했었다. 그래서 그는 ‘썼다’. 고등학교 입학 당시 부당한 체벌에 문제를 제기한 이후 학교를 관뒀던 그때부터 쉼 없이 ‘썼다’.
10년 넘도록 쓴 그의 글은 여성, 특히 20대 여자들에게 건네는 ‘위안’이다. 인생이 고통스러워도 살아야 한다고, 20대 아가씨들이 할 일은 그저 씩씩하게 살아남는 거라고. 그러니 함께 살아남자며 “사람 냄새 나는 아가씨들이 씩씩해지면 시대가 달라진다”고 큰 소리로 전해왔다.
하지만 힘을 내어 살아도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바로 ‘연애’다. 아무리 똑똑하다는 여자도, 화려할 정도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여자도, 반대로 바보같이 착한 여자도 ‘연애’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그의 신간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레드박스)는 ‘B급 연애’로 인해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울어버린 여자들에게 건네는 위로서다.
그가 말하는 ‘B급 연애’는 사랑받으려고 안달복달하다가 결국엔 심장까지 타들어가 지쳐 나가떨어지는 서글픈 연애다. 김현진 작가 역시 ‘B급 연애’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경험 때문에 마냥 울고 있는 여자들에게 울지 말라고 하지 못한다. 다만 혼자 그렇게 사는 게 아니라고, 다 그러면서 어른이 되는 거라고, 아직 덜 아문 시뻘건 속살을 드러내면서 이야기한다.
“괜찮아, 베이비. 우린 살아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반은 성공이야.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살아 있는 것만으로 대단한 거야. 계속 살아 있자. 그래도 삶은 계속되니까…울어도 괜찮아. 그러니, 얼마든지 사랑하고 실패하자. 안 죽는다.(서문 중에서)”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버림받은 자가 되어라/ 네 삶의 모순을 숄처럼 몸에 두르고/ 날아오는 돌을 피해라/ 네 몸을 따뜻하게 하여라…(앨리스 워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중)”
흑인 여성 작가 앨리스 워커의 동명 시에서 제목을 따온 이 책은 결국 김현진 작가가 여자들에게 바치는 위로와 동감의 노래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픔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피가 뜨거워 결코 쿨 할 수 없는 여자들, 구질구질한 연애에 한번쯤 제대로 데어본 여자들이라면 한번쯤 책장을 넘겨보기를.
‘시사인’ ‘한겨레’ 등 여러 매체에서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인 김현진 작가는 그동안 ‘네 멋대로 해라’ ‘불량소녀백서’ ‘그래도 언니는 간다’ 등을 펴냈다.
‘최상의 연대는 입금’ ‘확실한지 확인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구체적 연대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으며, 이번 책의 인세 10%도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조 분회 투쟁기금으로 사용한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김현진/ 레드박스/ 1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