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수 사회에서는 ‘방학에 태어나는 아이가 효자’라는 말이 있어요. 일부러 방학에 아기를 출산하기 위해 임신을 미리 계획하는 경우도 많죠.”

이번 유럽 방문길에 동행한 서울대 여교수들과 나눈 대화 중 나온 이 말은 국내 대학 여교수들의 현실을 시사한다. 심지어는 학기 중에 출산을 하게 될 경우 “방학 때 맞춰서 낳지 못하느냐”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교수 임용 후 3명의 아이를 연년생으로 출산한 김혜란 교수의 경우는 대학 사회에서도 매우 드문 경우.“셋째 아이를 낳았을 때는 눈치가 보여 90일의 출산휴가도 쓰지 못하고 한 달 만에 복귀해야만 했다”는 그의 말은 높은 지위의 안정된 직업으로만 보였던 여교수들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 유럽연합(EU) 평균 여교수 비율 20%, 스웨덴 여교수 비율 18%의 수치는 언뜻 봐서 “우리나라와 별 차이 없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함정에 빠지지 말자. 이 수치는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의 평균 수치이며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2%의 몰타에서 34%의 아이슬란드까지 그 격차가 천차만별이다.

또한 대학 여성 교원의 80%가 비정규직에 머물러 있는 우리와 달리 유럽의 대학들은 나이에 따른 여교수의 비율 변화가 크지 않다. 대학에 오래 머물러 있는 교수가 많을수록 리더급 교수직에 오를 가능성이 높고 여교수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여교수 비율 32%를 기록하고 있는 루마니아의 경우 35~44세 여교수의 비율은 45%, 45~54세는 34%이며 55세 이상 여교수도 26%에 달한다. 여교수 비율 평균이 18%인 스웨덴은 35~44세 16%, 45~54세 17%, 55세 이상 19%로 정년이 될 때까지 여교수의 비율에 변화가 없다. 또한 스웨덴은 그리 높지 않은 여교수 비율에도 불구하고 여성 총장 비율에서는 43%로 유럽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3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스톡홀름대 아니타 나이버그 교수가 보여준 한 장의 사진. 스웨덴 내각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의 모습이었다.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 30대의 젊은 장관에서 흑인 여성까지 다양한 인종과 연령, 자유로운 복장, 긴 머리를 묶거나 귀고리를 하고 있는 남성 장관 등 자유로운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부시 행정부 내각의 사진을 보신 적이 있나요? 모두 검은색의 정장을 입은 50~60대의 나이든 남성들이에요.”

그가 이 사진을 보여준 이유는 양성평등 정책에 있어서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위한 것. 물론 스웨덴에서도 보수적인 크리스천들의 정당과 진보정당이 공존하고 있으며 어떤 정당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양성평등 정책이 달라진다. 하지만 “모든 정당이 ‘우리는 페미니스트 정당이다’라고 말합니다”라는 그의 말이 부럽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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