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82호를 찾아서’의 감독 엠마 프란츠
‘무형문화재 82호를 찾아서’의 감독 엠마 프란츠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제천]
  • 승인 2009.08.21 11:03
  • 수정 2009-08-21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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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의 자산’이 가진 가치 관객들에게 말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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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여성 재즈 가수가 한국 무속음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영화 ‘무형문화재 82호를 찾아서’의 감독 엠마 프란츠는 13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에서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이었다. 한국인들에게조차 낯설기만 한 굿 음악과 판소리의 매력에 흠뻑 빠진 엠마 프란츠 감독을 영화제 현장에서 만났다.

“한국의 전통음악에 대한 첫 인상이오? 시끄럽기만 한 소음 같았죠. 그때만 해도 나 자신이 이렇게까지 빠지게 될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계속 듣다보니 소음 같았던 음악의 역동성이 느껴지는 거예요. 마치 외국어로 말하는 시를 대하는 느낌이랄까요. 외국 시도 처음에는 낯설기만 하지만 그 나라의 언어를 배워감에 따라 점차 이면의 의미를 파악하게 되잖아요.”

‘무형문화재 82호를 찾아서’는 별신굿 명예보유자인 김석출 선생(무형문화재 82호)의 음악을 우연히 들은 호주의 드러머 사이먼 바커가 그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여행하는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전통음악인 김동원 교수(원광디지털대 전통공연예술학과)의 도움으로 배일동, 정순덕, 강선일, 김정희 등 다양한 전통음악인들과 만난 바커는 이들에게서 한국 전통음악의 정신을 배워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김석출 선생과의 만남에도 성공한다.

이 영화는 사이먼 바커와 한국 음악인들의 만남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음악의 정신을 기, 음양, 호흡, 졸박미 등 4개의 키워드로 설명한다. 호주에서 여러 장의 음반을 낸 재즈 가수의 데뷔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탄탄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다.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서 음악이 사람들을 연결하는 다리 혹은 전 세계적인 언어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던 이야깃거리를 찾다가 바커를 만나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 예전에 작업을 같이 했던 그를 홍콩에서 몇 년 만에 다시 만났을 때 너무나도 달라진 그의 음악에 충격을 받았다고.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음악적 목소리로 새로 태어난 그를 변화시킨 것이 한국 전통음악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그를 따라가면 내가 원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바커의 한국행에 동행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여러 음악인 중 감독은 인상 깊었던 음악인으로 판소리 명창 배일동을 꼽았다. 거칠지만 감상적인 부분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그의 음악이 표현하는 열정이 플라멩코 음악과 닮아있어 빠져들었다는 감독은 배일동의 목소리를 통해 그동안 그가 수행해온 노력과 경험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호주에 초대해 공연을 가졌을 때 관중의 반응도 열광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영화는 한국 음악이 사이먼 바커의 음악세계에 끼친 영향을 비중 있게 그리지만 정작 감독의 목소리는 영화 속에 등장하지 않는다. 자신 또한 음악인인 프란츠 감독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사실 제 음악이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음표를 이해하고 테크닉을 표현하는 음악’을 떠나 음악의 근원적인 기능을 깨닫게 됐어요. 음악은 자신을 표현하고 즐기는 것,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오.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좋은 목소리를 낼까 연습했다면 이제는 관객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마음으로 노래를 해요. 그랬더니 더 좋은 무대가 만들어지더군요.”

프란츠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이 관객에게 전하고자 했던 바가 ‘무형문화재 82호를 찾아서’라는 제목에 응집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인들은 가치를 수량적으로 계산하려는 경우가 많아요. 그로 인해 무형의 자산이 가진 가치는 잊어버리죠. 형태를 가지지 않아도 소중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부모가 모두 뮤지컬 배우로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환경에 둘러싸여 자란 프란츠 감독은 12년간 피아노를 치다가 재즈의 매력에 빠져 재즈 가수로 활동했다. 이후 8년간의 음악여행을 통해 ‘언어적인 소통이 불가능하더라도 음악을 통해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깨닫고 이를 영화로 만들게 되었다고. 그는 다음 작품으로 “운명처럼 다시 음악영화를 하게 되었다”며 “미국의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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