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은 시대적 요청, 대중화에 힘쓰겠다"
“사찰음식, 제사음식 등 우리 전통의 채식요리 레시피(조리법)를 복원하고 채식전문 조리사 등을 양성해 여성 일자리로 연계하고 싶습니다. 또 가난과 질병이 체질로 악순환되는 고리를 끊고 싶었어요.”
17대 국회의원이자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기도 한 이은영(57)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여성개발원 원장은 최근 개발원 산하 ‘지혜로운 여성’이 여성부와의 협력 사업으로 추진키로 한 ‘채식전문 조리사 파견’ 사업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정계를 떠난 후 마음이 더 없이 허전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불교여성개발원에 원장으로 오게 됐어요. 동시에 지혜로운 여성 이사장도 겸하게 됐지요. 불교적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들에게 마음의 양식과 동시에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도 필요할 거란 생각을 하던 중 이번 일을 계획하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채식전문 조리사 파견 사업은 사회복지시설이나 학교, 저소득층 가정, 사찰 등 급식을 시행하는 기관에 채식전문 조리사 30명을 파견해 채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불교여성개발원은 우선 요리사 전문 자격증을 가진 여성들을 중심으로 채식조리 재교육을 한 뒤 수료증을 교부하고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각 기관에 파견키로 했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일 경우 앞으로 사업을 더욱 확대시켜 일반 가정과 식당에서 활용할 수 있는 채식 식단을 정착 보급하는 사업까지 확대 추진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전국 3000여 개 사찰은 독거노인, 홈리스, 저소득층 등을 위해 무료나 저렴한 비용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업을 통해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원장은 채식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 음식의 전통적인 전수방식을 복원하고 이를 일반 대중에게 확대시켜 식생활 문화를 개선하는 것을 이번 사업의 또 다른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원장은 “예컨대 사찰요리는 하나의 장르로 우리 전통적인 요리 방식의 기본은 ‘채식’입니다. 오심체 등 독특한 레시피를 개발해 현대화된 채식요리법을 서민들에 보급하면 패스트푸드와 강한 조미료 위주의 일반인들의 식생활 문화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패스트푸드와 양념이 강한 ‘값싼’ 음식들을 섭취하는 바람에 비만과 성인병에 더욱 노출되고 질병이 체질로 악순환되는 경우를 경계했다. 이 원장은 “저소득층의 경우 신선하지 못한 식재료로 음식을 해 먹거나 양념이 강한 음식들을 섭취하는 가능성이 높다”며 “가난이 질병과 체질로 순환되는 것을 음식으로 고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채식요리의 경우 최소한의 양념과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사찰음식을 보급하면 그들의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것이 ‘웰빙’을 선호하는 시대적 요청과도 맞아떨어진다”고 덧붙였다.
한때 수목장 장례문화 확산 등 ‘웰다잉’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던 이 원장은 음식문화를 통해 ‘웰빙’ 문화가 일부 부자들만의 문화가 아닌 대중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또 우리 전통요리 중 하나인 ‘제사음식’에도 관심이 많다. 제사가 많은 집안 며느리이기도 한 그는 집안행사 시 ‘요리하는 며느리’이기도 하다.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제사음식 조리법 솜씨를 발휘해 삼색나물과 탕과 전 등을 담백하고 깔끔하게 요리할 수 있다. 앞으로 이 원장은 채식요리법을 더욱 발전시키고 체계화한 요리책 발간도 구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