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합계출산율 1.08명을 기록한 이래 우리 사회의 출산력 수준은 세계 최하위 자리를 고수하며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저출산 현상이 장기화될 때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부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다양한 저출산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10여 년 전 임신하여 학교를 다니면서 수업 시간에 임신부가 집밖으로 다니는 건 ‘환경공해’라는 웃지 못할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요즘 임신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사뭇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저출산 현상에 대한 위기의식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재탄생을 위해 가져다 준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여성의 임금이 오를수록 둘째 아이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고소득 여성의 출산포기 현상이 우리 사회 저출산 현상의 주요 원인인 것처럼 과대 해석되거나 이에서 더 나아가 여성의 경제활동참여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이 심히 우려된다.

그렇다면 여성의 고용률이 높아지면 그 사회의 출산력 수준은 낮아지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1980년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우 여성의 고용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각 국가의 출산력 수준이 낮았으며, 현재 우리 사회도 이와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년 후인 2000년도 OECD 국가들의 경우, 여성의 고용률이 높은 국가가 동시에 출산력 수준도 높은 현상이 공히 발견되었다. 이와 같은 선진국가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저출산 현상의 타개와 국민소득 3만 달러 사회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된다. 바로 출산율 제고와 여성의 고용 증진을 동시에 가능케 하는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의 정착 및 강화가 그 해법이다.

여성에게 ‘일’이 필수적인 사안이 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초혼연령이 높아지고 이혼, 사별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일생 동안 혼자 사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제 여성이든 남성이든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된 것이다.

고용안정성이 흔들리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는 맞벌이 가구가 하나의 규범처럼 정착하고 있다. 미혼 남녀들은 이제 결혼하기 위해서도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 오랫동안 답보 상태에 있는 우리 사회의 경제수준 도약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50%에 머무는 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전망되고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지표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출산율 제고와 여성의 고용 증진이 동시에 추진돼야 할 정책목표이지 어느 하나를 희생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 사회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저출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히 중산층을 껴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요즘 들어 힘을 받고 있다. 일하는 여성뿐만 아니라 그 여성이 속해 있는 가족구성원들 모두의 균형적인 삶을 위해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들이 과감히 도입,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일하는 여성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과 보육료 지원 등이 구비돼야 하며 맞벌이 부부에 대한 세제지원 정책 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일터에서는 자녀 출산 후에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휴직, 휴가제도가 보장돼야 하고 자녀양육 등 가정생활과 병행할 수 있는 탄력적인 고용형태의 정착도 절실하다.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을 회복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초저출산 문제와 경기침체 현상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며,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부모로서의 여성과 남성, 근로자로서의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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