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걷노라면 엄마 자궁 속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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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유경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8.14 11:52
  • 수정 2009-08-14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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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에 빠진 여성들…8월 말 현재 10만 명 방문
두려움보다 자신감 심어줘 여성에게 매력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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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광의 지형도를 바꾼 올레. 올레는 제주에선 ‘골목길’을 일컫는 말이다. 올레 여행에는 쇼핑이나 관광버스가 없다. 쇼도 서커스도 없다.

대신 푸른 하늘과 부드러운 오름과 시원한 바닷길을 따라 걷고 또 걷는다. 편하게 마음 나눌 벗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기존 관광업체들의 질시와 견제에도 불구하고 올레 여행의 인기는 날로 높아간다. 올레가 첫선을 보인 2007년엔 방문객이 3000명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8월 말 현재 10만 명 규모로 늘어났다. 전국 지자체에선 올레를 벤치마킹해 걷는 여행 코스 개발에 한창이다.

올레를 찾는 여행객을 ‘올레꾼’이라 부른다. 올레꾼 중 70% 이상이 여성이며, 40대 중반 이상의 중년 여성이 절반을 넘는다. 이에 따라 ‘할망민박’ 등 여성 전용 민박집이 성황 중인 가운데 여성단체들의 올레 여행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올레를 한 번 찾은 여성들이 입소문을 내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다시 찾아오면서 올레에는 여성들이 넘쳐나고 있다.

여성 전용 민박집 “추석 예약 이미 끝나”

여성 전용 민박집을 운영하는 정영희(59)씨는 “저도 깜짝 놀랐어요.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올레처럼 여성 방문자들이 많은 데는 없었거든요. 전문직 여성들이 많고, 특히 명절 때는 방이 없어요. 올 추석 예약도 이미 끝났고요.” 라고 밝혔다.

펜션 사업자 현광열(43)씨도 펜션 단지 내 게스트 하우스 8개 중 6개를 여성 전용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씨는 올레가 “안전하고 친절해서 여성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면서 여성 여행객의 경우 열에 아홉은 혼자 온다고 소개했다. 남성 중 혼자 오는 여행객은 10%에 불과한 것과 대조된다는 것이다.

올레 마니아들이 밝히는 올레의 매력은 ‘여성친화적’이란 것이다. 일반적인 여행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불편함, 두려움, 위축감 같은 것을 해결해준 모범답안이라고 볼 수 있다.

올레는 여성들에게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일단 여성 여행객들의 원초적 걱정을 잠재워준다. 험한 길 없고, 길 잃어버릴 염려 없고, 불량배 없고, 비상 연락체제 갖춰져 있는 올레는 일단 여성들에게 두려움을 없애준다. 또 여성 전용의 저렴한 숙박시설이 마련돼 있는 점은 혼자 길을 떠나는 여성들도 안심할 수 있는 여행 일정을 짤 수 있게 해준다.

제주올레의 안은주 기획실장은 “올레 걷기 여행이 힘들지 않고 쉬면서 걸을 수 있는 안전한 길이고, 여성 혼자 와도 편안하게 묵을 수 있는 숙소가 있는 곳이고, 또 여성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올레를 찾는 여성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제주를 찾는다는 곽혜선(49)씨는 올레가 생긴 후 올레 팬이 되었다.

“조건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편안함이 올레의 매력”이라는 그는 “등산만 가려 해도 길을 모르니까 리더가 안내해 줘야 하고, 옷이나 동반자 등 신경 쓸 게 많잖아요. 올레는 길 안내가 잘 돼 있어 안내자도 필요없고, 아무 곳에서나 내가 원할 때 쉬고, 눕고, 먹고,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또 곽씨는 “큰돈 드는 부담이 없어서 엄마들 가기에 좋다”고 말한다. 그는 또 “올레를 따라 자연의 품에 안겨 마냥 걷고 또 걷노라면 아기가 엄마 자궁 속에 있는 것처럼 무한한 편안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산, 바다, 숲, 마을 그리고  다양한 체험

 

역시 올레 마니아 오현주(43)씨. 지난해 2월 올레를 찾은 이후 세 번을 더 찾았다는 그는 제주 올레의 매력으로 다양한 코스를 꼽았다.  오씨는 K시의 트레킹 코스와 올레를 비교하며 “K시는 등산길로 올레 같은 매력이 없다. 올레에는 마을길, 숲길, 바닷길, 산길 등 다양한 길이 이어져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지치지 않으면서 오래 다닐 수 있다”고 말한다. 13코스까지 개발돼 있는 올레 코스가 제각각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여러 번을 가도 새롭다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올레는 ‘제주의 속살’에 비유된다. 제주를 많이 오갔던 사람도 올레 체험을 하면서는 전혀 다른 제주의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선물 “자신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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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CEO 김은진(48)씨는 자연 속을 걸을 때 스트레스가 훨훨 날아가는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숲길을 걸을 때도 좋지만, 올레의 해안 길을 걸으면서 정말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가슴속에 고여 있던 시커먼 덩어리들이 바람 속으로 날아가는 느낌이랄까요? 인간은 자연의 품에 안겨 있을 때 비로소 치유되는 거 같아요. 올레를 걷고 와서 새 힘이 나서 한동안 일 잘 했어요. 다음 달에 여러 친구들과 함께 또 갈 거예요.”   

아이든 어른이든 여행은 사람을 성숙하게 한다. 혼자 길 떠나기를 두려워했던 여성들이 혼자 길을 걷고 나면 자신감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레는 안전한 트레이닝 코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원래 걷는 걸 싫어하고 겁도 많은 편인  최주영(44)씨는 지난 겨울 함께 가기로 했던 친구가 못 가게 되어 혼자 올레를 찾았다. “주위에서 위험하다고 많이 말렸죠. 사실 저도 좀 걱정이 됐고요. 그래도 여행을 강행했어요. 여행을 마치고 나니 막 자신감이 생겨서 이제는 무슨 일이든지 어디를 가든지 혼자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올레에서 값진 선물을 받은 셈이에요.”

길은 공공의 자산…제주는 여신의 섬

올레는 시사지 언론인으로 유명했던 서명숙씨가 스페인 산티아고의 걷기 여행길을 다녀오고 나서 만들기 시작했다. 상업화되지 않은 제주를 체험할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사단법인 올레(이사장 서명숙)를 설립하고 비영리 조직으로 운영하면서 제주 섬 전체를 돌 수 있는 올레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서명숙 이사장이 원래 올레를 특히 여성친화적으로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길을 자연친화적이고, 진솔한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려는 그의 의지는 자연스럽게 여성들의 가슴 한가운데를 관통하면서 여성들에게 새로운 문화체험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길은 공공재이기에 누구나 접근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제주는 선문대 할망을 시조신화로 하고 있고 그 외에도 수많은 여신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에요. 그야말로 여신의 섬이니까,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올레는 제주의 관광문화를 바꾸고, 우리나라 여행문화를 바꾸면서 새로운 여성문화의 아이콘으로 부상 중이다. 한 사람의 창의적 발상과 용기 있는 실천이 이런 문화 지형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건 미래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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