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 대학
그렇다면 스웨덴 대학의 상황은 어떨까. 스웨덴 최대의 대학인 스톡홀름 대학에서 만난 아니타 나이버그 여성학센터 교수는 “스웨덴 대학들의 평균 여교수 비율은 18%로 학부생의 과반수가 여성인 점을 생각할 때 낮은 수치”라고 말했다.
이러한 수치는 실제로 유럽연합(EU)의 최신 보고서(She Figure 2009)에서 밝힌 EU 27개국 평균 20%에도 못 미친다. 성평등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잉그리나 토프트씨는 “스웨덴은 오랫동안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왔고 어떤 면에서는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하지만 고등교육의 측면에서 보면 미래가 밝지는 않다”고 털어놓기도. 이들과 함께 스웨덴 대학들의 양성평등 현실을 진단해본다.
여교수 비율 18% vs 정부 목표 30%
매년 신규 임용 시 성별 비율 보고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스웨덴 정부는 대학들에 ‘여교수 비율 30%’를 목표로 제시하고 매년 교수 신규 채용의 성별 비율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스톡홀름 대학의 경우도 채용목표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스톡홀름대가 신규 채용 교수 중 여성 비율 40%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여교수 고용을 늘리기 위한 방책으로 이례적인 ‘방문교수’(guest professorship) 채용을 실시해 여성 지원자들의 참여를 유도했기 때문. 그러나 이는 1년간의 한시적인 제도였으므로 앞으로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또한 여교수들의 편중도 문제다. 자연과학 분야의 여교수 비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고 여학생의 비율 또한 마찬가지다.
대학에서 변화를 일으키기 쉽지 않은 이유는 평등보다 수월성을 우선시하는 대학 사회의 뿌리 깊은 전통 때문이다. 실제로 1996년 스웨덴 정부가 여교수 비율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 조치의 일환으로 실시했던 ‘탐 교수직’(남녀 지원자 간에 자격 격차가 없을 때 여성 지원자를 우선시하는 것) 또한 공정성에 의문을 가진 남성 지원자가 EU법원에 제소해 위헌판결을 받아냄으로써 폐지되기도 했다.
대학의 성평등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토프트씨는 수월성을 최우선시하는 대학 분위기에 대해 “다분히 남성 중심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감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성과 비교는 불평등이라는 것이다.
여 교수 급여 남 교수의 97%
위원회 반수 여성, 대표성 보장
성희롱 문제와 관련된 감시와 상담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교수와 제자, 혹은 제자와 제자 사이의 예민한 문제까지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박사과정 학생들 사이의 스토킹 사건을 해결했는데 이와 같은 성희롱 관련 사건은 학기마다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네트워크는 소수인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소수인 여교수 조직의 목소리를 보완하기 위해 학생회 조직이나 언론을 통한 여론 모으기 등의 방법을 동원해왔다. 한 예로 스톡홀름대에서는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4시 이후에는 회의나 세미나를 개최하지 않는다. 퇴근 후 보육시설에 맡긴 아이를 데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불문율은 몇 년 전 여교수들이 함께 오후 4시 이후의 세미나를 보이콧 함으로써 얻어낸 성과다. 네트워크의 일환으로 여교수나 여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함께 모여 저녁을 먹거나 차를 마시며 서로의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온라인상의 네트워크도 활발하다. 또한 담당 카운슬러를 별도로 배치해 여성들의 경력개발을 상담하는 프로그램도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