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함영훈
화가 함영훈
  • 금사홍 / 아트 칼럼니스트
  • 승인 2009.08.14 11:19
  • 수정 2009-08-14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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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속 고난과 역경 화폭에 담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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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살이에는 평탄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싫든 좋든 굽이굽이 수많은 고개와 험준한 가시밭길도 헤쳐 나가야 한다. 좋은 시절이 있으면 반드시 어려운 때도 있는 것이고.

어려움을 이겨내면 또다시 좋은 일이 찾아오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새옹지마’에 비유한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좌절하지 않고 힘차게 맞부딪쳐 이겨 나간다는 마음가짐.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저명한 공인들은 자기의 저서나 책자를 통해 여러 가지 설명을 붙이고 있다. “인내의 열매를 따먹기 위해서”라든가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한 삶에 있으니까”라는 글귀들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고난을 이겨내고 역경에 부딪쳐 살아야 하는 이유는 ‘이유 없음’이다. 살아있으니까, 또 앞으로 살아가야만 하니까. 무조건 견디고 헤쳐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고난과 역경은 인생살이의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생의 그루브(Groove)를 함영훈은 그림으로 쏟아낸다.

함영훈의 연작 ‘마라톤’

함영훈의 ‘마라톤’ 연작은 총 5편으로 구성된 내러티브 그림이다. 내러티브(줄거리)가 중심이 된 이 연작에는 지금까지 내러티브 그림들이 갖지 못한 독특한 점이 있다. 이 그림은 작가 자신의 숙조부 함기용 옹이 겪었던 일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함기용 옹은 1950년 4월 19일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의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영웅이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쾌거는 6월 25일 한국전쟁의 발발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고 말았다. 우승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그가 귀국했을 때 조국의 동포들은 그의 귀국을 반기기는커녕 아비규환과 절망의 늪에 빠져 있었다. 우승의 환희와 전쟁의 비애라는 극적인 상황이 그의 삶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굴곡을 형성했다. 하지만 그러한 굴곡은 바로 우리나라의 역사적 굴곡 자체이기도 하다.

함영훈의 연작 ‘마라톤’ 은 개인의 영웅적 행위가 비극적 역사의 흐름에 묻혀버린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그 행위에 대한 뒤늦은 평가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Get win or die’

함영훈의 최근 작품인 ‘Get rich or die’는 1980년대 우리들의 복싱 영웅인 장정구 선수의 인생을 소재로 하고 있다. 80년대를 살아본 사람이라면 장정구 선수의 시합에 얼마나 열광했고 그가 세계 복싱 역사에도 남아있는 전설임을 기억할 것이다. 선수로서의 성공, 가까운 이들의 사기로 좌절, 새로운 인생의 행로…. 그의 작품은 내러티브를 표현하는 그림들이지만 결코 단순한 역사의 서술이 아니다. 그림들이 주는 것은 희망에서 절망으로 가는 이분법적인 변화 과정이 아니다.

우리의 전통음악에서 장음계와 단음계의 구별이 없듯이, 함영훈의 그림들은 제각기 중층적으로 기쁨과 슬픔, 환희와 애환이 공존하고 있다. 희망에 벅찬 연습의 순간에도 단정 짓기 어려운 불안감이 중층적으로 공존하며, 절망의 순간 또한 묘하게도 진정한 영웅을 통하여 희망의 단서를 발견한다. 그의 그림에서는 다양한 오브제들과 화면들이 각각의 레이어(층)를 형성하면서 판화의 레이어처럼 시간적 흔적을 담으면서 분명하고 미묘한 굴곡의 선을 만들어낸다. 그의 그림 속에 존재하는 이러한 굴곡이야말로 그루브(Groove)를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결코 영웅주의나 국수주의의 계몽이 아닌 한 인간의 삶에 대한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희망의 보고서

함영훈은 작업일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내 작업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는 이전의 경험과 연관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추상적인 표현에만 의지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추구하는 그림이 예술적 표현의 영역과 더불어 상상력, 무의식의 세계,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영역을 향해 열려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루브’라는 주제로 작품을 이끌었고 또한 변화, 장애, 방어, 성장, 내면과 열림에 관하여도 생각했다. ‘그루브’라는 말은 보통 “표면에 깊이 파인 홈”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흥겨움, 즐거움, 좋은 것 등을 의미한다. 나는 항상 내 인생을 행복한 평안으로 채우려 노력한다. 이 예술적 보고서가 여러분들에게 평안과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을 기대한다. 나에게 그러했듯이….”

그는 작품을 통해 ‘그루브’한 삶을 이야기 하고 그 삶에서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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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판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2년 단원미술대전 최우수상, 200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등 국내외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베이징 개인전을 비롯하여 국내외 11회의 개인전과 아트 페어 그리고 70여 회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현재 장달영 변호사가 이끄는 에이전시인 LAW &S 에이전트와 함께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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