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 창립 20주년 기념 토론회 핵심 화두
지역구 30% 여성할당 위반할 경우 후보 명단 거부 등 제안도

 

여성정치문화연구소 창립20주년 기념 토론회장에서 김정숙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여성정치문화연구소 창립20주년 기념 토론회장에서 김정숙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류 역사를 보면 투표권을 받는 순서에 따라 정치 발전도 비례해왔다. 미국에서 흑인 투표권이 인정된 때는 1870년,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여성 참정권이 인정된 때는 1893년 뉴질랜드에서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유권자들이 여성이 아닌 흑인을 우선 선택했듯이 정치 발전사에서 여성은 영원한 마이너리티다. 때문에 여성들이 정치판에서 액세서리가 되지 않으려면 파워를 스스로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서로 연대해 법과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

지난 7월 3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의 창립 20주년 기념 토론회장. 김정숙 이사장의 말대로 여성의 정치 자생력을 기를 수 있는 대안 모색을 위한 여러 담론들이 시종일관 열띠게 전개됐다. ‘한국 여성정치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 사이에 가장 핵심 화두로 떠오른 것은 바로 ‘공천’.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합리적이면서 친여성적인 공천 기준을 발표하고, 이를 각 정당에 권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주제발표를 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공천과 관련해 두 가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공천과정의 투명공개와 지역구 30% 여성할당을 하지 않는 정당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공천후보 명단을 거부하는 일종의 페널티 방식을 제안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영원히 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있는 정치 발전을 위해 지금 단계에서 20년 정도 한시적으로 설정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정하고 엄밀한 공천을 위해 일종의 공천배심원제를 강력히 제안했다. 이어서 그는 공천의 부조리가 해결돼 새로운 공천 시스템을 갖춘 후엔 그 어느 때보다 여성 후보들의 경쟁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즉, 현장 인터뷰에서 공천 심사위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다름 아니라 누구보다 지역 현실을 잘 알고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있는 후보여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금부터라도 노력을 통해 올바른 정치 철학을 갖춰나가길 주문했다.

그는 자신이 부소장으로 있는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지난해 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여성할당제에 찬성하는 사람(54.1%)이 반대하는 사람(41.2%)보다 많았고, 남성들 중에도 여성할당제를 찬성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고 전하며 사회 추세로도 여성할당제를 못 받아들일 이유가 희박함을 강조했다.

김정숙 이사장은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제1039호)에 이어 재차 ‘범여성정치네트워크’를 제안하면서 “이제 우리 연구소는 제 역할을 못 하는 정치인은 ‘여성’이라도 낙선운동을 펼 정도로 한층 엄밀하게 여성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1989년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여성’과 ‘정치’를 어젠다로 묶어 출범한 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는 김정숙 이사장을 중심으로 20년 세월 동안 100회가 넘는 학술세미나와 토론회를 진행해왔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치교육 프로그램, 연구조사 및 출판사업, 국내외 여성정책 연구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면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통한 새로운 정치문화 구축에 힘써왔다.

또한 국내외 여성단체 교류와 연대에 주력해 ‘할당제 모임을 위한 여성연대’ ‘한국 여성 NGO 네트워크’, 여성유권자연맹 여성정치연구소 여성정치연맹과 함께 여성정치 관련 4개 단체가 연대해 국내 최초로 탄생시킨 ‘여성정치네트워크’ 등을 탄생시키는 데 힘을 보태왔다.

특히 1998년 12월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비정부기구 위원회로부터 특별협의지위를 획득했고, ‘아·태여성정치센터’와도 활발히 연대하고 있다. 김정숙 이사장은 아·태여성정치센터 총재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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