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수리 기간 지나면 잦은 고장으로 수리비 과다 지불
소비자들, "AS 기간 연장하고 합리적 가격 기준 마련돼야"

 

가정마다 TV,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컴퓨터는 기본에 에어컨, 프린터, 토스터, 믹서, 커피메이커 등 대개 5~10개 정도 가지고 있는 가전제품. 생활에 엄청난 편익을 주고 있지만 한 번 고장 나면 수리에 드는 비용과 수고가 적지 않아 문제다. 특히 무상 수리 기간이 지나면 출장비에 부품비, 수리비까지 더해져 ‘차라리 새것을 사는 게 낫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양천구 목동에 사는 정민성씨는 구입한 지 1년 남짓 된 드럼세탁기에서 탱크 소리가 나 애프터서비스(AS) 센터에 수리를 요청하고는 분통이 터졌다. 세탁조를 통째로 갈아야 한다며 수리비로 17만원을 요구한 것. 제품의 구입 가격은 대형 할인점에서 70만원 정도였다. 구입한 지 겨우 1년 조금 지났는데 어떻게 17만원이나 들여 수리를 해야 할 정도인가 따졌으나, 어쩔 수 없으니 고칠지 말지 선택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본사에 항의를 하고 할인받아 수리한 가격은 14만원. 세탁기 구입가의 20%에 달하는 비용이었다. 정씨는 “대기업 가전회사의 AS가 본사 직영이 아니라 서비스 업체와의 제휴 관계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며 “멀쩡해 보이는 통을 교체한 것이 과다 수리가 아닌지 의심이 가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컴퓨터 프린터의 AS로도 맘이 상한 적이 있다. 지난 2월 잘 쓰던 복합기의 프린터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AS센터로 문의하니 서비스 기사를 보내겠다고 했다.

원래는 오후에 보내준다고 했지만 가까운 곳에 온 김에 곧 방문하겠다고 연락이 왔고, 제품을 살펴보더니 프린터 안에 볼펜이 들어가 있다며 곧바로 꺼내주었다. 그런데 수리비로 1만8000원을 요구했다. 황당했지만 출장비가 포함돼 있다니 할 말이 없었다. ‘전화로 AS 신청을 받을 때 미리 간단한 점검 지침을 말해주지’ 하는 마음에 괜히 짜증이 났다.

아울러 출장비가 시간과 수고에 비례해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당에 사는 유지은씨는 수 년 전 벽걸이 에어컨을 구입해 큰 불편 없이 잘 사용해왔으나 이사 때문에 설치를 새로 한 후부터 분무기 뿌리듯 물이 새기 시작했다. 설치해 준 AS기사가 수평 맞추기가 잘못되었다고 다시 고쳐주고 갔지만 나아지지 않아 매년 여름 수리를 반복하다 포기하고 부모님 댁에 가져다 두었는데 최근 동생이 가져다가 수리를 해서 잘 쓰고 있다고 한다.

진작 제대로 고칠 수 있는 AS 기사에게 수리를 받았더라면 새 것을 사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는 생각에 화가 났다.

또 드럼세탁기를 구입하고 황당했던 적도 있다. 드럼세탁기를 사서 20일 정도 사용하고 이사를 하게 돼 새로 설치를 하려니 그 회사의 제품은 실내 설치가 안 된다고 했다(요즘은 그 회사 제품도 실내 설치가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미 사용을 했기에 할 수 없이 동생 집에 주고 다른 회사 제품을 새로 구입했다. 구입 후 일주일 만에 위치를 바꾸려고 AS센터에 요청을 했더니 위치 이동은 무료가 아니라며 3만원을 요구했다. 대안이 없으니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구입한 회사의 AS센터를 통해 제품을 수리하다 보니 소비자들은 AS센터 측이 요구하는 수리 내용대로 따르고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혹 만약 다른 곳에 맡겼다가 소비자 과실로 더 큰 책임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AS 기간이 좀 더 길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짧게는 1년인 AS기간이 지나면 잦은 고장으로 수리비용 탓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는 것.

상계동에 사는 박헌종씨는 구입한 지 2년 6개월 된 컴퓨터의 모니터가 먹통이 되어 본체를 들고 직접 AS센터를 찾아갔더니, 메모리 단자를 통째로 교환해 주고도 보증 기간이 3년이라며 무상으로 처리해주어 컴퓨터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했다. 한편, 구입한 지 몇 년 지난 제품은 차라리 새 제품을 구입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남양주에 사는 박인서씨는 소형 냉장고가 작동이 안 돼 수리를 요청했더니 콤프레셔라는 주요 부품이 고장났다고 했다. AS기사는 출장비 없이 수리비만 17만원이 든다고 하면서 새로 살 것을 권유했다. 이미 구입한 지 오래된 제품이라 할 수 없이 26만원을 주고 세 제품을 구입했다.

이사하면서 대부분의 전자제품을 새로 구입했다는 주부 이승희씨는 “계속 사용하고 싶어도 부품이 없는 경우와 고쳐도 신제품의 가격이 오히려 더 저렴한 경우가 많았다”며 “환경도 생각해서 제품의 내구성을 올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 사용처럼 장기 고객에게는 서비스도 할인제도가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버리지 않고 오래오래 고쳐서 사용할 텐데”라며 아쉬움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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