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망각의 교차점 ‘야스쿠니’
기억과 망각의 교차점 ‘야스쿠니’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8.07 11:57
  • 수정 2009-08-07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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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야스쿠니’
야스쿠니 신사를 통해 바라본 전쟁의 망령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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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광복절, 일본에는 패전일로 기억되는 8월 15일이 다가오면 한·일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듯 갈등이 불거진다. 갈등의 중심은 일본 총리 및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다. 아시아 국가들에 일본 제국주의와 국수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야스쿠니 신사. 다큐멘터리 ‘야스쿠니’는 한 중국인 감독의 눈으로 10여 년간 파헤쳐 온 야스쿠니의 진실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을 담아내며 아직까지 일본 사회에 머물러 있는 전쟁의 망령을 고발한다.

영화는 8월 15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 아침 야스쿠니 신사의 떠들썩한 풍경으로 시작한다. 군복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일렬종대로 줄을 맞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며 “천황 폐하 만세”라며 만세 삼창을 하고 한쪽에서는 “일본군위안부, 난징대학살, 야스쿠니 문제는 일본을 괴롭히는 3대 악입니다”라고 외치며 서명운동을 벌이는 모습이 펼쳐진다.

“영령들의 영면을 기원해 참배하는 것”이라는 이들은 일본 총리의 신사 참배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일개 정치인의 마음의 문제를 외국 정부가 외교문제로 삼으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영화의 또 한 축을 이루는 것은 일본 최후의 ‘야스쿠니도’ 장인인 92세의 노인 가리야 나오히토의 모습이다. 야스쿠니도는 일본이 패전할 때까지 12년 동안 8100개나 만들어져 일본 장교들에게 보급됐던 칼. 아시아 각국에서 야스쿠니도를 이용한 학살이 이뤄졌다. 누가 더 많은 사람을 베는지 경쟁을 부추기고 보다 많은 사람을 벤 군인을 영웅으로 받들며 자랑스럽게 선전한 당시의 신문기사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자신은 칼을 만드는 사람일 뿐 정치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장인은 “야스쿠니도가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가”라든가 “당시 칼을 만들던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나” 등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러나 쉴 때 어떤 음악을 듣느냐는 질문에 히로히토 일왕의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트는 그의 모습에선 아직도 남아있는 전쟁에 대한 향수를 엿볼 수 있다.

영화는 이밖에도 야스쿠니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의 시선을 훑는다. 한국·대만·오키나와인들이 함께한 ‘야스쿠니를 밝히는 평화의 촛불 행진’이 펼쳐지고  한편 야스쿠니 신사의 정문을 보고 “대만 원주민의 숲에서 약탈한 대나무로 만든 것”이라며 “어른들은 전쟁의 도구로 동원되고 아이들은 군국주의 교육으로 세뇌된 대만은 2세대가 희생됐다”고 주장하는 대만인의 울분도 보여준다. 또한‘고이즈미 총리를 지지합니다’라는 1인 피켓 시위를 하는 미국인의 모습도 놓치지 않는다.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사망한 총 246만여 명의 위패가 안치된 야스쿠니 신사에 많은 한국, 중국인 등 아시아인들의 영령이 합사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위패를 돌려달라는 가족들의 요구를 신사 측은 “그들은 이미 야스쿠니의 신이 되었기 때문에 합사를 취하할 수 없다”며 묵살했다. “그들은 자유의지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죽어서까지 당신들에게 유린당할 순 없다”고 울부짖는 가족들의 외침이 신사의 허공을 울린다.

유학생의 신분으로 일본에 건너가 20년 동안 일본에서 살아온 감독은 “반일의 자세로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오히려 일본에 띄우는 러브레터”라고 얘기한다. 영화 속에 자신의 목소리를 넣기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전달자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 그는 전쟁을 둘러싼 동아시아와 일본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일본인의 정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감독 리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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