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두 20주기전 - 오색 동행
하인두 20주기전 - 오색 동행
  • 정필주 / 객원기자 myvirtual@paran.com
  • 승인 2009.08.07 11:55
  • 수정 2009-08-07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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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가족을 통해 예술가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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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집안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설렘을 준다. 음악, 문학, 무용과 미술 등으로 대를 이은 예술 사랑은 다채롭게 발산되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수렴된다. 첼로의 정명화, 바이올린의 정경화,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정명훈으로 이루어진 정트리오는 예술가 음악 집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지화자’ 역으로 열연했던 정수영은 할아버지가 시, 아버지는 도예, 어머니는 음악 등 다채로운 예술장르가 한 집에 모인 경우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가족 모두가 미술가라면 어떨까? 서울 인사동에서 추상화가 하인두를 중심으로 한 ‘미술가 가족전’이 열려 눈길을 끈다. 인사아트센터에서 17일까지 진행되는 가족전에는 하인두의 부인, 딸, 아들, 사위가 각기 자신의 작업을 들고 총출동한다.

전시회의 공식 명칭은 ‘하인두 20주기 기념전-五色 동행’전이다. 올해가 하인두 작가의 작고 20주기여서다. 하인두는 우리나라의 엥포르멜운동을 주도한 이래 불교적 세계관을 추상작업으로 재구성한 일련의 작업으로 국내의 추상 흐름을 이끈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하인두 20주기’ 전시장에 들어서면 전시회의 무게중심이 하인두 선생에게 집중되었다기보다는 5명의 작가에게 고르게 배분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인두를 한 명의 ‘작고 작가’로만 ‘기념’하기보다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관점에서 하인두를 바라볼 수 있게 하려는 기획자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렇게 전업작가들로 이루어진 가족전일수록 ‘하인두의 부인’이나 ‘하인두의 아들’과 같은 수식어는 잠시 옆으로 밀쳐두자.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류민자에게 하인두는 남편이다.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던 7월의 어느 날, 양평 작업실에서 만난 작가는 가로 길이 4m가량의 대작을 마무리하고 있었는데 그 맞은편에는 남편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하인두의 추상작업이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생전에는 그림에 대해 엄격하게 평하기를 아끼지 않았던 남편의 빈자리를 그의 그림이 대신하고 있는 것일까?

한편 오래도록 추상회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하태임은 자신의 아버지 하인두의 20주기가 자신의 작업 여정에서 하나의 전환점으로 느껴진다고 전해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발밑에 아버지 그림이 항상 그 자리에 있었어요. 아침 햇살이 그림에 비치면 나는 아버지 그림에 있는 색들로 놀이를 하곤 했는데. 그런 순간들이 자연스레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하태임 작가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아버지 하인두의 지지와 격려가 절대적이었다고 한다. 하태임이 파리에 있는 미술대학에 합격하면 파리 생활을 함께하자고 약속했던 하인두는 파리 보자르에 입학한 이래 치열한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딸 하태임을 보기 전 생을 마감했다. 자신에게 있어 아버지 하인두는 이제껏 해결하지 못한 큰 숙제였다는 하태임은 한성대에서 미술대학 교수를 지내고 미술계에서 명망이 높았던 아버지 하인두 덕분에 ‘하인두의 딸’이라는 이름표를 얻었다. 행운일까 불행일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태임에게 아버지 하인두는 ‘불행’에 가까웠다.

“저는 하인두의 딸이라고 불리고 싶지 않습니다.” 어르신들이 모인 자리에서 ‘선언’하기도 여러 차례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가족전’을 준비하면서 하태임은 ‘아버지가 저런 그림을 왜 그렸을까 의문스러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또 아버지가 가졌던 고민들이 지금의 자신에게도 일정 부분 남아있음을 발견하며 어린 시절 무심히 보았던 아버지가 아닌 작가 대 작가로서의 대화를 시도하려 한다. 

그 외에 독일에서 조각작업을 하는 하태범은 비현실적 현실을 담은 무채색톤의 근작 10여 점으로, 사진작가 강영길은 무심한 대나무와 바다의 느낌을 담은 근작 10여 점으로 전시장에서 각기 아버지 하인두와 장인어른 하인두를 만나고 있다. 

하인두 작가 가족의 미술세계

미술가끼리 가족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에는 어떤 특이점이 있을까.

하태임은 “예술에 대한 환상이 서로 없다”는 것을 특이점으로 꼽는다. 모두 다 작업을 하기 때문에 가끔씩 아끼던 색의 물감이 없어지면 서로 모르는 척 웃으며 넘어가는 그런 사이.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중 하태범을 제외한 나머지는 양평에 한데 모여 산다. 류민자의 작업실 옆에 하태임과 강영길의 작업실이 있다.

이번 전시는 인사아트센터 4개 층 5개의 공간에서 동시 전시(B1, 1, 2, 3층)가 이루어진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보통 전시장별로 별도의 전시를 개최해오던 인사아트센터에서 무려 4개 층의 동선을 연결하여 가족 간의 연결성을 강조하려 했다.

이번에 출품되는 하인두의 작업은 1960~89년 대표작 40여 점, 유화 20여 점, 과슈 혼불 연작 15점, 그 외 크로키 등이다. 동일 층의 전시장에서는 그의 크로키 30여 점과 그의 부인을 묘사한 스케치 등 생전 사진들과 그의 수필을 만나볼 수 있다. 류민자와 하태임은 각기 20여 점의 근작으로 참여한다.

이번 20주기 가족전을 기점으로 가족을 중심으로 한 하인두 서한집 작업도 한창이다. 하인두가 역사의 한 페이지에 머물지 않고 내일을 꾸준히 살기 위해서는 오히려 가족의 작업 세계가 힘차게 그리고 멀리 흘러야 하지 않을까. ‘류민자, 하태임, 하태범, 강영길의 작업세계로 하인두 보기’라는 별칭을 붙일 수 있을 이번 20주기전은 그 대장정의 시작점을 알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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