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헌법재판소에서는 남성만의 병역의무 조항을 둔 병역법 제3조 제1항 등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이 열렸다. 본 사건 청구인인 한 남성 국민은 대한민국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그 의무의 본질인 병역의무 부과에 있어 성차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남성에게는 일률적 병역의무를 부과하지만 여성에게는 ‘지원에 의한’ 의무만을 부과한다. 현대 전쟁은 무기 현대화 등에 따라 건장한 신체로만 싸우는 전통적인 전쟁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남 간의 신체차이만을 중시하는 시각은 재고돼야 한다. 현재 병역의 종류도 현역, 예비역, 보충역 등으로 다양화되어 여성이라고 그 임무를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종래 성차별 사안과 달리 남성의 성차별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국방부는 해당 법률이 합헌이라고 한다. 남녀 간의 평등이란 기계적인 것이 아니고 실질적 평등으로서 여성의 임신, 출산 기능, 그리고 성폭력에 취약한 점 등과 같은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사병 복무는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군대 조직의 대변혁이며, 현재의 인력 수급은 ‘여성을 필요로 할 정도’가 아니라고 한다. 어떤 논자들은 여성이 징집 대상이 아닌 점은 ‘수혜적 차별’, 즉 혜택을 받는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여성의 차이론이란 성역할 고정관념과 다를 바 없으며, 수혜적 차별론에선 여성에 대한 보호자적 태도마저 느껴진다.

많은 모병제 국가들에서 여성의 군대 참여란 당연한 일이고, 단 여성의 ‘전투 참여’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여성들의 전투업무에의 제한은 부수효과를 가져와 군대 내 2등 시민화, 특히 군대 내 명령권자로의 승진 제약과 연결되어 있다. 이는 여성의 군대 참여가 여성의 노동권, 넓게는 권력문제와 관련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오늘날 한국에는 군대와 관련하여 ‘군가산점제’의 논란, 모병제와 평화체제 수립 운동,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 등이 공존하고 있다. 군제도의 개혁이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는 없을 것이나, 지금부터라도 ‘양성이 공동 참여하는 군대체제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연구해야 한다.

간부 정원 대비 2~3%에 해당하는 여성 간부(하사관, 장교)의 비율을 놓고 ‘여성도 원하면 군대 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너무 군색하다. 여성들을 징집하지 않는 것이 누구의 의사이며 무엇 때문인지 국가가 설명해야 할 때다. 누구를 위한 남성만의 징병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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