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에는 이른바 ‘물폭탄’이 쏟아져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비 피해가 잇따랐다. 같은 날 국회와 각종 공공병원 앞에선 해고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순회 투쟁을 벌였지만 보도되지 않았다.

비정규직법과 관련도 없는 대덕 박사학위 소지자의 계약 해지를 끌어다 해고 대란 ‘신파 오보’를 내던 언론들도 잠잠했다.

한 발짝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만큼 퍼붓는 폭우와 비바람은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그녀들의 외침을 뒤덮었다. 그날의 풍경은 우리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을 대변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위기에 따른 타격이 30대 여성에게 집중된 것으로 또 확인됐다.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 감소율이 6.4%로 전 분기(-5.8%)보다 더 악화돼 지난해 3분기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30대 여성 취업자 수 감소폭도 14만4000명으로 30대 남성(-6만9000명)의 두 배가 넘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구조조정이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30대 여성 취업자의 급감을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최근 공공기관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중 대다수가 여성이다.

KBS에서 계약 해지된 21명 중 14명이 여성이며, 외주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된 상담업무도 모두 여성이다. 한국토지공사에서 해고된 145명 중 127명이 여성이고, 또 국민체육공단, 서울대병원, 한국산재, 보훈병원 등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중 90%가 여성이다.

그 중 산재와 보훈병원 등에서는 기간제 노동자의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이 예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방침에 따라 기획해고 된 정황의 문서가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렇듯 비정규직 문제 핵심에는 여성 노동자들이 있지만 정작 그녀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올해는 최저임금마저 역대 최저임금 사상 두 번째로 낮고, 물가상승률(3.3%)을 감안하면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대상의 65%가 여성이고, 여성 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임을 감안하면 두 번 뺨 맞는 셈이다.

온갖 고용불안에 노출된 이들의 불안은 저출산으로 나타난다. 지난 16일 OECD가 발표한 한국 가임 여성(15~49세)의 합계출산율은 1.08명으로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공공기관에 통보한 단체협약 개선에 따르면, 출산 육아에 관련된 내용을 개정하라고 지시해 과연 정부에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여성 취업 장애요인 1위, 여성들의 해고 사유 1위는 임신 및 육아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30일 계약 해지당한 산재의료원 김명자씨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에게 아이를 가지라고 하는 것은 유산될 것을 염두에 두라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아일랜드 더블린대 연구팀이 1100여 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 여성들의 미숙아 출산율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후 정규직이 될 때까지 임신을 미루며 24시간 교대 근무를 한 김씨는 “비정규직은 미래에 대한 계획도 아이를 갖겠다는 욕심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그녀의 간절한 목소리에 우리 사회는 무관심하다. 대책은 고사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기본이 돼야 할 해고된 비정규직 여성들의 통계조차도 없다. 또 퇴근 후 가정에서 제2의 업무를 이어가는 현실은 노조 등 스스로 대변할 사회 창구를 만드는 것도 어렵게 한다.

이들의 문제는 단순한 고용문제를 넘어선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다. 정부는 낳지도 못할 셋째 아이 지원 등의 탁상행정을 펼치기 전에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정확한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

“남들보다 더 대우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처음 비정규직보호법을 만들 때 정부가 말한 약속을 지켜 달라는 것뿐이에요. 한 여성으로 가정을 꾸리고 아이의 엄마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정부는 폭우 속에서 이같이 외친 김씨의 소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경청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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